“네트워크 연결이 단절된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냉장고’에 그칠 수 있습니다.”
장혜덕 에퀴닉스코리아 대표는 26일 기자와 만나 한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산업의 과제를 이같이 설명했다. 단순히 수전 용량을 키우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통신망, 클라우드, 기업 생태계가 맞물리지 않으면 데이터센터 활용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확산할수록 데이터센터는 이종 데이터를 짧은 지연 시간으로 연결하는 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퀴닉스는 글로벌 콜로케이션 데이터센터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자다. 콜로케이션은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고 전문 사업자의 공간, 전력, 냉각·보안 인프라를 빌려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에퀴닉스의 경쟁력은 데이터센터 안팎에서 이뤄지는 ‘상호 연결’에 있다. 전 세계 2000개 이상의 네트워크 사업자가 에퀴닉스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고, 고객 간 상호 연결은 최근 50만 건을 넘어섰다.
통신사와 클라우드, 금융회사, 콘텐츠 기업이 한곳에 모여 있어 고객사는 필요한 사업자와 전용 망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다. 그는 “퍼블릭 인터넷망을 거치지 않아 데이터 전송 지연 시간을 줄이고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연결성이 AI 서비스가 산업 현장으로 확산될수록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로봇 제어, 금융 거래, 게임처럼 실시간 반응이 필요한 서비스는 데이터가 오가는 시간이 곧 품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 데이터센터 입지도 용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대규모 연산으로 모델을 만드는 학습용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풍부한 지방에 둘 수 있지만, 이용자 요청에 즉각 응답해야 하는 추론용 데이터센터는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학습은 전력이 풍부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추론은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논의에서도 전력뿐 아니라 연결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전력이 풍부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통신망, 클라우드 접속점, 기업 고객 기반이 함께 조성되지 않으면 단절된 섬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 대표는 지방 거점 육성과 함께 수도권 외곽까지 포함한 확장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퀴닉스도 이 같은 수요에 맞춰 한국 내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2019년 서울 상암동에 첫 데이터센터 SL1을 연 뒤 SL4, 하이퍼스케일 고객을 위한 SL2x로 거점을 넓혔다. 장 대표는 “AI 시대에는 누가 더 촘촘하고 빠른 디지털 생태계를 연결하느냐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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