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들 가운데에도 추위에 약한 이들이 많았다. 13대 명종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 냉증 병치레가 잦았다. 대신들은 설사와 구토 등 명종의 오랜 냉증 증상의 원인으로 고기를 끊고 채소 위주로 먹는 ‘소선(素膳)’ 식사법을 꼽았다. 당시 명종은 형 인종의 죽음을 슬퍼하며 육식을 중단한 상태였다. 신하들은 인종의 요절 역시 고기반찬을 먹지 않는 식사법에서 비롯됐다고 여겼다. 겨울마다 감기를 달고 살던 명종은 추위를 피하고자 궁전 처마 아래를 털 장막으로 막게 했다(명종 12년).
영조 역시 냉증 탓에 설사를 달고 살았다. 재위 4년, 영조는 눈병 치료를 위해 성질이 찬 약을 먹은 뒤 복통과 설사에 시달려 어전회의조차 열기 어려울 정도였다. 영조는 신하들에게 “평소 수족냉증이 있어 찬 음식이나 약을 먹으면 탈이 난다”고 토로했다. 그를 냉증에서 구한 처방은 ‘이중탕(理中湯)’이었다. 이중탕은 주재료 인삼에 백출, 건강, 감초를 더해 위장의 온기를 북돋는 대표적인 한방 처방으로, 손발이 차고 복통이나 설사, 빈뇨 증상이 있을 때 쓰인다. 이중탕을 먹고 냉증 치료는 물론 소화력과 기력까지 회복한 영조는 이 처방에 ‘나라를 세운 공이 있다’는 뜻의 ‘건공탕(建功湯)’이라는 이름까지 하사했다.
냉증은 대체로 추위나 스트레스 같은 외부 자극으로 말초혈관에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명종이나 영조처럼 소화기가 체질적으로 약한 경우 손발이 특히 차가워질 수 있다고 본다. 또 신장에서 ‘보일러’ 역할을 하며 양기를 끌어올리는 명문(命門)의 기능이 떨어질 때도 냉증이 생긴다고 해석한다. 이 때문에 노인성 질환을 앓거나 체질적으로 추위에 약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명문 기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영조는 약해진 명문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팔미지황환을 복용했는데, 그 핵심 약재가 부자(附子)였다. 부자는 강한 열성을 지녀 혈관이 터질 만큼 기운을 돋운다고 여겨져 사약(死藥)의 재료로도 쓰였지만, 적절히 사용하면 노인성 질환이나 야간빈뇨, 양기 부족, 냉증 개선에 더없이 좋은 약재로 평가된다. 특히 생리, 출산, 폐경 등 여성 호르몬 변화나 추위 같은 외부 자극으로 생긴 심한 수족냉증에 효과가 좋다.
수족냉증은 체질적 요인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 기능 저하, 갑상샘 저하증, 운동 부족 등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체온과 손발 온도의 차이가 2도 이상 나고 손발이 자주 저리며 피부색이 푸르게 변하거나 통증이 동반된다면 레이노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는 성질이 따뜻한 생강, 마늘, 부추, 대추, 인삼, 계피 등을 차나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수족냉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 익히지 않은 야채나 찬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근육은 체온의 약 40%를 담당하는 만큼, 운동으로 손발을 자주 움직여 주면 소화 기능이 개선되고 체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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