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초고층 개발, 핵심은 ‘민간 개발 특혜’다[기고/김경민]

2 weeks ago 5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서울시가 종묘 앞 세운 4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의 높이를 기존 90m에서 145m로, 용적률을 600%에서 1000%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으로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하면서 문화재 보호와 경관 훼손, 토지 보유 소시민 피해 등 예견된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필자는 부동산 개발·금융을 연구 및 교육하는 전문가로서 세운 4구역에 대해 세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첫째, 세운 4구역은 이미 철거가 이뤄진 만큼 개발 자체에는 찬성한다. 둘째, 하지만 용적률을 1000%로 높이는 방안은 명백한 민간 특혜이므로 반대한다. 셋째, 이 구역은 2009년 이후 오세훈-박원순-오세훈 시장으로 이어지는 시정 변화 속에서 개발이 반복적으로 지연돼 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토지주 피해는 서울시가 책임 있게 보상해야 한다.

문제는 서울시가 이렇게 큰 폭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민간 개발업체에 부여하면서도 이들이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지, 그리고 그에 상응해 공공이 확보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 재원을 활용해 세운상가를 매입·철거하고 녹지축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운상가 매입 비용과 철거 및 녹지 조성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지 제시하지 않았다. 조감도 한 장으로 논란을 덮으려 한다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공상이다. 도시계획은 숫자로 답해야 한다. 용적률 상향으로 공공이 얼마나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지, 그 재원으로 세운상가 매입이 가능한지, 그리고 고물가·고환율 시대 건설비 상승을 감안해도 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지금 발표된 내용에선 재무적 정합성을 찾기 어렵다.

우려되는 지점은 또 있다. 민간에는 특혜를 줘 세운 4구역이 1000% 용적률로 개발됐는데, 정작 세운상가 철거는 예산 부족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종묘 앞은 종로3가∼종로4가 약 470m 구간이 초고층 벽처럼 가로막힌 채로 남게 된다.

형평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오 시장은 세운 4구역 용적률 인상의 이유로 ‘사업성 향상’을 들었다. 그러나 서울시민이 오늘 절박하게 느끼는 현안은 세운 4구역이 아니다. 심각한 공급 부족, 전·월세 폭등,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교착 상태가 훨씬 시급하다.

특히 재건축 단지 가운데 사업성이 부족한 곳은 흔히 떠올리는 5층 저층 아파트가 아니라 대부분 용적률 250∼300%대의 중층 단지들이다. 만약 서울시가 세운 4구역처럼 “특정 단지의 사업성이 부족하니 용적률을 100%포인트 얹어준다”고 발표한다면 서울 전역은 순식간에 특혜 시비에 휩싸일 것이다. 더구나 일방적인 용적률 인상으로 기존 도로, 학교, 상하수도, 정주환경 등 기반시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도시의 구조적 부담은 폭증할 것이다. 도시의 질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도시의 문제는 용적률 인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종묘 앞 초고층 문제는 단순히 한 구역 개발 여부가 아니라 서울이 어떤 도시 전략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공공성 없는 용적률 특혜, 불투명한 재원 계획,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선례는 서울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감도가 아니다. 숫자로 검증된 계획과 특정 구역 논리를 넘어 공공성과 형평성에 기반한 도시 전략이다.

기고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고양이 눈

    고양이 눈

  • 정치를 부탁해

    정치를 부탁해

  • 한규섭 칼럼

    한규섭 칼럼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