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서 더 빛나는 봄[이준식의 한시 한 수]〈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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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의 아욱은 푸르고, 아침 이슬은 해를 기다려 마른다.

따스한 봄기운이 은혜를 두루 베푸니, 만물은 저마다 환하게 살아난다.

늘 두려운 건 가을이 다가와, 꽃과 잎이 누렇게 시들어 가는 것.

모든 강은 동으로 흘러 바다에 드니, 언제 다시 서쪽으로 돌아오겠는가.

젊고 힘 있을 때 노력하지 않으면, 늙어서는 부질없이 슬퍼하리니.

(靑靑園中葵, 朝露待日晞. 陽春布德澤, 萬物生光輝. 常恐秋節至, 焜黃華葉衰.

百川東到海, 何時復西歸. 少壯不努力, 老大徒傷悲.)―‘장가행(長歌行)’ 한대 무명씨

봄은 눈앞에 있을 때보다 지나간 뒤에 더 또렷해진다. 시는 먼저 동산의 푸른 잎과 아침 이슬을 보여 준다. 봄볕은 부드럽고 만물은 기운을 얻는다. 세상은 한창 자라는 쪽으로 기울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시는 바로 그 환한 장면에 더해, 푸름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가장 싱싱한 순간에도 이미 시듦의 시간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이어지는 강물의 비유 또한 다르지 않다. 바다로 흘러든 강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비유가 오래 남는 까닭은 단순해서가 아니라 선명해서일 것이다. 다시 시작할 수는 있어도, 지나간 한때를 고스란히 불러올 수는 없다.

이 시를 꼭 훈계로만 읽을 필요는 없겠다. 오히려 한때의 생기와 그 덧없음을 함께 바라보게 하는 노래에 가깝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찬란해서이기도 하지만, 붙잡아 둘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계절은 다시 오지만, 한 사람의 봄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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