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집 앞에 세우고 그제도 집 앞에 세우고 일주일 전에도 한 달 전에도 계속 계속 집 앞에 세우고 어김없이 그랬다. 그런데 오늘은 세우지 못했다. 집 앞에서 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정면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집 주위를 빙빙 돌았는데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았는데 계속 아이가 울고 있었다. 계속 거기에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다. 어디에 차를 세울까
어두운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오니 아이는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왜 우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땅을 내려다보며 울지 않았다고 대답할지도 모르는데 사라져버렸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수명(1965∼)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참혹한 세계, 혹은 참혹한 일로 가득한 안일한 세계! 이 시는 고요한 언어로 위험한 세상을 보여준다. 까맣게 칠해진 도화지 위에서 곧 태어날 ‘흰 점’ 하나를 기다리는 마음, 이수명 시인의 시를 읽으면 이런 마음이 된다. 독자는 정돈되어 보이는 일상에 실금이 생기고, 실금이 더 큰 균열이 불러올 것임을 목격하는 자로 시에 참여하게 된다.
화자는 어제도, 일주일 전에도, 한 달 전에도 매일 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렇지만 “오늘은” “집 앞에서 한 아이가 울고 있었”기 때문에 차를 세우지 못했다. 울고 있는 아이는 일상의 반복을 끊고, 타성에 젖은 채 돌아가는 시계를 멈추게 한다. 울고 있는 아이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우리의 매일은 괜찮은지 묻는 존재, 아주 작은 균열로도 삶이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존재다. 화자는 하는 수 없이 자기 집 주변을 돈다. 괜찮지 않은 누군가의 하루가 신선한 바람처럼 불고, 시는 차갑고 불편하게 끝난다. 서늘하고 아름답다.
박연준 시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week ago
8
![[팔면봉] 계속되는 ‘쌍방울 변호인 특검 추천’의 餘震. 외](https://www.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强日·反中 다카이치 압승, 중·일 격랑 대비해야](https://www.chosun.com/resizer/v2/B5C2CKC23FGUXOSRAVITA564PQ.jpg?auth=6dbcc791c8698cf0c48a7eb9dbfc701bdb5fcced76e671ca04a63af9232d475a&smart=true&width=960&height=649)
![[사설] 반도체, 韓 달아나는 속도보다 中 쫓아오는 속도가 빠르다](https://www.chosun.com/resizer/v2/BQ7L3A36PJE4TOJPAS26T4J7YY.png?auth=9a2161dc3826ff7b6d79f30ba1da2c2b86a416caff2cfee271a5cb6d2091a931&smart=true&width=750&height=528)
![[사설] “윤 어게인 선택하라” 압박 당하는 국힘 대표](https://www.chosun.com/resizer/v2/2QA2YSQ2OFMTNOTV5WSFFC7C24.jpg?auth=dbd32277348c0b959efc2dc6771edb1376c07fd9257987944cf739f524842c39&smart=true&width=3920&height=2652)
![[김대중 칼럼] 안보와 자존(自尊)의 갈림길](https://www.chosun.com/resizer/v2/MTDKY6RBAZATDIRJEBLQCLSYA4.png?auth=2cc39f03c48e568211272eb3d09a0ed91cbe3c14ce8ff5e9caf6a5139fed2363&smart=true&width=1200&height=855)
![[광화문·뷰] 쌀값 급등 반년, ‘먹사니즘’은 어디로 갔나](https://www.chosun.com/resizer/v2/ZL63CSKZAZBUPOQ4BOZTI7SLQ4.png?auth=d867c3f0e40b8902fed63d32fef8636396cc9cf1498dc1e2df7529e0e9ca3b3f&smart=true&width=500&height=500)
![[데스크에서] 위기의 K게임, 수출 족쇄 풀어라](https://www.chosun.com/resizer/v2/RGV4PVEC75AJZEXDYZTB2KI32A.png?auth=003e831691d3f58a3f5dcabb39ec43ba1ad9e34567ca82df4d89022d10b71355&smart=true&width=500&height=500)
![[이기호의 유머란 무엇인가] 한국이 발명한 ‘부장님 유머’… 웃다가 왜 짠해졌나](https://www.chosun.com/resizer/v2/LI23WUODSBHSDAR22XJP7INGRM.png?auth=f2ef748c5e916353e96f7f530615405016797accfb8cb53f305f7fa88d5ce6be&smart=true&width=500&height=50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