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낸드의 귀환

3 weeks ago 10

입력2026.01.18 16:59 수정2026.01.18 16:59 지면A35

[천자칼럼] 낸드의 귀환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D램은 속도는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 낸드는 데이터를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는 비휘발성 저장장치다. 사용자가 문서 작업을 하면 해당 내용이 D램에 저장된다. 전원을 끄면 D램에 있는 데이터가 사라지는데, 이때 낸드는 사용자가 ‘저장’한 문서를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낸드를 반도체업계의 ‘책장’에 비유하는 이유다.

낸드는 스마트폰부터 PC, 가전, 게임기까지 안 들어가는 곳이 없지만 제조사에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만 경쟁하는 D램과 달리 수많은 기업이 달라붙어 있고, 단순 저장장치 특성상 기술 차별화가 쉽지 않아서다. 메모리산업이 3~5년 주기로 ‘슈퍼사이클’을 거치며 성장했지만, 낸드는 예외였다. 1위 사업자인 삼성조차 지난해 D램으로 30조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낸드에선 2조원을 버는 데 그쳤다.

낸드 지위가 격상한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훈련’ 중심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다. AI가 추론하려면 ‘고속 메모리’인 D램으론 부족하고, 대용량 데이터를 쌓을 공간이 필요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가 ‘저장장치 혁명’을 촉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5위 사업자인 샌디스크는 올 1분기 낸드 기반 대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을 전 분기 대비 두 배 인상했다. ‘빅2’인 삼성전자(점유율 32%), SK하이닉스(19%)도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낸드의 귀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확신’이 만든 승부수다. 삼성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반도체로 떠오른 SSD를 2006년 처음 상용화했다.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낸드 사업부인 솔리다임을 10조원 넘게 주고 인수했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통 큰 베팅’이었다. 당장 돈도 안 되는 사업에 매달린 것은 “미래엔 더 많은 저장장치가 필요하고, 낸드가 데이터센터의 주류가 될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이런 투자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

박의명 산업부 기자 uimyu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