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산후조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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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산후조리원

1996년 10월, 인천 만수동에 낯선 간판이 하나 걸렸다. 병원도, 집도 아닌 공간에서 산모와 신생아를 돌봐준다는 국내 최초의 산후조리원이었다. 전통적으로 친정이나 시가 도움을 받아 집에서 이뤄지던 산후 돌봄이 서비스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산후조리원은 한국 출산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산모의 산후조리원 이용률은 85%를 웃돈다. 첫째 아이를 낳은 초산모로 좁히면 90%에 이른다. 핵가족화로 부모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지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산후조리원은 출산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평균 이용 기간은 12.6일, 평균 비용은 286만원 수준이었다.

산후조리원 이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60개 산후조리원의 일반실 평균 비용은 2주에 372만원, 서울 특실은 810만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 지역은 특실 평균이 1732만원, 최고 5040만원인 곳도 있었다.

최근에는 공공산후조리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비용이 민간시설의 10~20%로 저렴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전국에 25곳뿐이다. 입소 경쟁률이 10 대 1을 넘고, 예약 접수를 시작하면 1~2분 만에 마감된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생중계 추첨 방식을 동원하기도 해서 ‘로또’라는 말까지 나온다.

비용 부담에 산후조리원 입소를 포기하거나 지역 인프라 부재로 원정 산후조리를 해야 하는 산모가 적지 않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정부가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가장 즉각적인 돌봄 인프라 지원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구조다. 정부 기금 등을 지원받더라도 장기간 운영하면 적자 부담이 커진다. 재정 효율을 고려해 경제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이 우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공산후조리원을 늘려가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귀한 시대다. 산모가 큰 비용 부담 없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저출생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 아닐까.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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