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에 밀려 늘 서자 신세인 은에 대해서도 몇 차례 초대형 매집이 있었다. 미국 텍사스 석유 재벌의 후손인 헌터 형제는 1970년대 실물 은 1억 트로이온스를 사들였다. 당시 세계 은의 3분의 1 규모다. 인플레이션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실물 자산이 오를 것으로 예측해서다. 1970년대 초 트로이온스당 1달러선이던 은값은 1980년 초 49달러로 폭등했다. 두 형제의 투기적 매집은 금융당국 개입을 불렀다. 1980년 3월 27일 은 선물가격이 단 하루 만에 50% 이상 폭락한 ‘검은 목요일’ 이후 몰락이 시작돼 이들 형제는 결국 파산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은에 손을 댄 적이 있다. 1998년 은 보유량이 1억270만 트로이온스에 달했다. 공급 부족과 재고 급감 등을 감안할 때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했다. 버핏은 두 배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최대 은 투자 큰손은 JP모간으로 파악된다. 2021년 1월 기준 뉴욕상품거래소(COMEX) 창고 은 보유량의 절반이 넘는 1억9000만 트로이온스 이상의 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달러 하락에 대비한 리스크 헤지와 더불어 금, 은 등 실물자산을 기초로 한 가상화폐 구축이 이유라는 분석이다. 은 채굴 원가가 트로이온스당 14~17달러인데, JP모간의 평균 매입 단가는 15~18달러로 저가 매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억눌러 왔다는 의혹도 있다.
은 시세가 트로이온스당 57달러를 돌파하면서 역사적 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은 붐에는 과거와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소재라는 수요 측면과 환경 규제 등으로 은광 생산이 지속 하락했다는 공급 측면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은에는 금속의 대장주 금보다 극심한 가격 변동성 탓에 ‘악마의 금속’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비트코인을 팔고 은을 사면서 트로이온스당 200달러를 점쳤다. 골드만삭스 등도 100달러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은이 언제까지 악마의 금속이란 오명을 달고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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