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발칸반도 몬테네그로의 국왕 니콜라스 1세는 ‘구두’로 일본에 선전포고했다. 러·일 전쟁에서 이웃 국가인 러시아 측에 가세한 것이다. 실제 참전은 아니었기에 강화 회담에 몬테네그로는 초대받지 못했다. 이후 몬테네그로라는 나라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가 유고슬라비아가 붕괴해 되살아날 때까지 일본과 몬테네그로 간 서류상 ‘교전 상태’는 100년 넘게 계속됐다. 양국은 2006년 수교 과정에서 “선전포고 공식 문서는 없다”며 ‘종전’에 도달했다.
전쟁은 끝내기가 어렵다. 생각한 대로 진행되는 전쟁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짠 작전계획도 적과 부딪히는 순간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가 된다. 미국은 베트남 밀림에 9년이나 발을 담그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2주 안에 전쟁을 끝낸다고 자신하던 러시아는 4년 넘게 우크라이나 수렁에 빠져 있다. “전쟁은 원할 때 시작할 수는 있어도 원할 때 멈추지는 못한다”는 마키아벨리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 전장에선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지 않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겨도 ‘전리품’을 획득하는 것보다 나누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다.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과정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전쟁은 군인들에게만 맡기기엔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며 몰려든 정치가와 외교관은 전쟁의 마무리 작업을 방해만 할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하며 시작된 전쟁이 106일 만에 막을 내리는 셈이다.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휴전 연장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마치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숨통을 죄던 호르무즈해협도 곧바로 개방될 전망이다.
미국이 명분이 부족한 전쟁에 준비 없이 뛰어든 탓에 고전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란 정권교체와 핵 개발 프로그램 저지라는 전쟁 목표를 부분적으로만 달성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소음’도 종전을 반기는 환호성에 묻혔다. 모두가 시작은 두려워하지만, 끝은 반기는 게 전쟁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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