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히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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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히트플레이션

지구촌 곳곳에서 날아오는 뉴스들이 하나같이 뜨겁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널뛰는 가운데 한반도에는 예년보다 훨씬 이른 더위가 상륙했다. 지난 18일 서울에 내려진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는 지난해보다 12일이나 빨랐다. 요동치는 기름값에 이어 이상 고온 현상이 또 다른 물가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의 엄습이다. 폭염이 농작물 생육을 방해하고 가축을 폐사시켜 밥상 물가를 끌어 올리는 현상이 눈앞의 현실로 닥쳤다.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축산물 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이달 달걀 특란 10구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522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6% 뛰었다. 사상 처음으로 5000원을 넘어섰다. 보양식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닭고기 가격도 20%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에 최근 기습 폭염이 더해지면서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서울 주요 상권의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2만원을 웃도는 현실은 외식 한 끼조차 부담으로 다가온다. 대파, 상추, 고등어 등 주요 식재료 가격 역시 줄줄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고유가는 물류비와 생산 단가를 높여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한다. 여기에 기후 변화라는 통제 불능 변수까지 겹치며 먹거리 물가가 출렁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안정대책반을 구성하고, 해양수산부는 정부 비축 수산물을 공급하는 등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산지 생산 저하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 충격은 일시적 대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되고 있다.

다가오는 7~8월이 민생 물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장마와 살인적인 폭염이 겹치면 농·축·수산물 공급 불안은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수 있다. 지갑은 얇아지는데 먹고사는 비용만 치솟으면 국민이 체감하는 고통의 온도는 더 높아진다. 벌써 숨이 턱 막히는 계절이다. 다가오는 여름, 달아오르는 날씨보다 펄펄 끓어오르는 밥상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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