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두나무에 대한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취소하며 내놓은 판단의 한 부분이다. 법원은 두나무가 규제 공백과 구체적 지침 부재 속에서 나름의 대응 조치를 취한 점은 인정했지만, 그 조치가 충분하거나 적절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진 않았다.
두나무는 그동안 FIU의 제재가 과도하고 법적 근거도 불명확하다고 주장해왔다. 1심에서는 두나무가 제재 취소 판단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두나무의 승리라기보다 업계의 자율 대응과 당국의 규율 체계가 모두 미완이었다는 점이 함께 드러난 것에 가깝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편입 초기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양측 입장 모두 일정 부분 이해할 여지가 있다. 암호화폐거래소로선 불명확한 기준 아래에서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했다. 당국으로서도 자금세탁 우려가 큰 시장에서 더욱 엄격한 책임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건 암호화폐거래소가 더 이상 ‘규제 공백’을 변명처럼 내세울 수만은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업비트뿐 아니라 빗썸도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위반으로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장기간 차단하지 못하고, 고객 확인·거래 제한 의무까지 위반한 점이 문제가 됐다. 빗썸은 이른바 ‘유령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코인원 역시 특금법상 내부통제 미비가 문제돼 3개월 일부 영업정지를 사전 통보받았다.
국내 3대 암호화폐거래소가 제재 대상에 올랐거나 제재 수순을 밟고 있다는 건 시장이 아직 ‘신뢰산업’으로 넘어갈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시작되고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되면 거래소는 더 이상 실험적 플랫폼이 아니라 사실상의 금융 인프라로 취급받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이 두나무 사건의 개별 제재를 뒤집었다고 해도 거래소 전반의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내부통제 수준에 시장의 의문부호가 찍힌 현실까지 지워주진 못한다”고 꼬집었다.
향후 항소심 과정에서 두나무와 FIU 측의 법리적 다툼은 이어질 것이다. 중요한 건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암호화폐거래소업계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거래소가 금융회사에 준하는 위상과 사업의 자율성을 원한다면 제도 미비를 탓하기 전에 그에 상응하는 내부통제 수준부터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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