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당대표가 아니라 어린아이 둘이 싸우는 것 같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가 ‘당원 게시판(당게) 사건’을 둘러싼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한 말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앞세워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밀어붙이는 것도, 한 전 대표가 제명안을 당에 가장 큰 트라우마인 계엄에 빗대며 맞서는 것도 모두 아이들 감정싸움 같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때 ‘원 팀’으로 지도부를 꾸렸던 사람들 아니냐. 이렇게까지 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 당직자 외에도 국민의힘 구성원 다수가 당게 사태를 당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아니라 그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소모전에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헌금·통일교 사태 등 여당에서 초유의 스캔들이 계속 터지고 있는데 우리끼리 싸우느라 이슈가 덮이는 게 아쉽다”고 한탄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익명 게시판에 욕 좀 쓴 게 사실이더라도 이렇게 사생결단까지 할 일인가. 둘 다 이쯤에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진절머리를 쳤다.
지난 15일 열린 의원총회에선 이례적으로 계파 불문 10여 명의 의원이 연단에 올라 두 사람이 서로 한 발짝 양보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떠나 전직 당대표로서 진작 논란을 사과하고 매듭짓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도 “현직인 장 대표가 그런 미숙함도 먼저 포용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제명이 과하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하는데도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이 소수인 것은 한 전 대표가 그동안 보여 온 독선적인 모습 때문”이라며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이를 조율하고 해결하긴커녕 시비를 가리는 데 골몰하는 모습은 검사의 모습이지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전 대표가 재심청구 기한 동안 소명하거나 한 발 물러서지 않고 버티기만 한다면 ‘역시 검사일 뿐 정치인은 될 수 없다’는 평가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 중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내부끼리 싸우는 조직은 유지될 수 없다는 의미다. 비상계엄으로 무너진 당을 바로 세우려면 하나의 목표로 뭉쳐야 한다. 당을 세워야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도 견제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재심 청구 기한이 1주일 남았다. 싸움은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제라도 두 사람이 모두 율사가 아니라 정치인이 돼 이 사태를 풀어가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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