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으로 제도의 폐지까지 검토할 정도였습니다.”
지난 20일 국토교통부가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을 때 담당자가 한 말이다. 제도의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발언으로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제도의 부작용과 문제점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었다.
주택법에 근거한 지역주택조합은 특정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 등이 조합을 결성해 직접 땅을 사고 건설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주민 주도형 주택 개발 사업이다. 1970년대 말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에서만 114곳(5만여 가구)을 비롯해 전국에서 610여 곳(30만 가구)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기 전에 조합원부터 모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주택 공급의 5%가량을 담당하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국토부가 지난해 6~7월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 현장을 조사한 결과 187개 조합에서 293건의 분쟁이 있었다. 조합원 1300명으로부터 990억원을 걷은 경기 김포 풍무의 지역주택조합은 지난해 전체 땅이 경매로 넘어갔다. 돈은 한 푼도 남아있지 않고 어디에 사용됐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지옥주택조합’ ‘원수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등의 꼬리표까지 붙은 이유다.
‘1주택’ ‘실거주 보호’ 등을 강조하는 정부가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낮추기로 했다. 50여 년간 95% 기준을 고수한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 때문이었다. 내 집에서 잘살고 있던 사람이 국가가 아니라 민간 조합에 강제로 땅을 팔아야 할 위험에 놓여서다. 이번에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자’만 가입이 가능했던 요건도 없앴다. 다주택자인 사업지 내 원주민도 조합원이 될 수 있게 됐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악용하는 업무대행사와 덜컥 가입부터 하는 조합원의 문제 역시 크다. 하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부동산 가격’ 등에 밀려 있는 현실이 사태를 키운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업무대행사가 토지 확보율을 속여 광고하고 조합원의 분담금을 쌈짓돈처럼 써버리는 동안 국가와 지자체는 민간사업이라며 ‘모집 신고 수리’라는 도장만 찍어줬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생활형숙박시설 사태’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에도 아직 시장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희망 고문이 멈춘다”는 정부의 말이 현실이 되려면 자금 사용 공개, 인가 취소, 철저한 관리·감독 같은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1 hour ago
1
![[기고] 벤처기업 기술 보호, 변리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 도입이 필요하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4/21/news-p.v1.20260421.9f11ebba9ff943578a1d3fa317309ab9_P2.jpg)
![[한경에세이] 단 40일의 부재가 만든 손실](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그 똑똑한 AI가 왜 시는 못 쓸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AA.44026590.1.jpg)


![[부음] 정병묵(이데일리 산업부 차장)씨 장모상](https://img.etnews.com/2017/img/facebookblank.png)






![[주총] 에스넷시스템, '김형우·이남작 각자대표' 체제 출범](https://image.inews24.com/v1/b74bdc4c346407.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