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흔들리는 감사원, 헌법존중 TF 예고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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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흔들리는 감사원, 헌법존중 TF 예고편인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타이거파(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측 인맥)로 불려 황당합니다.” “지금이 감사원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입니다.”

최근 감사원 직원을 만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는 ‘내부 비판’ 혹은 ‘내부 공격’이다. 감사원 내부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는 전언이다. 발단은 지난 9월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 출범이다. TF가 과거 주요 감사의 위법 및 부당을 조사한 뒤 역대 감사의 잘못을 지적하자 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TF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가 위법하다고 발표했다.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을 고발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TF는 전직 지도부뿐만 아니라 과장과 감사관 등 실무자까지 경찰에 고발했다.

TF의 조사 범위는 과거 감사에 그치지 않았다. 유 전 총장 인사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TF 조사 결과에 따라 특혜 직원으로 몰린 A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승진하지 못한 직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인정받던 직원을 희생양으로 만든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관가에서는 감사원 TF는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의 예고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원칙과 절제를 강조했지만 부처마다 만들어진 TF가 성과를 내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게 현실이다. 정부혁신 TF는 조사 범위가 감사원 TF보다 넓다. 비상계엄 전후로 1년 기간을 조사한다. TF가 제보를 받는 중인데 이미 투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부처에서는 내부 인사가 있을 때마다 “TF 조사 결과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실에 파견된 인사들은 당분간 승진하거나 요직에 기용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감사원 외 다른 부처에서도 내부 갈등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한 중앙부처 과장은 사석에서 수시로 “안 그래도 진급이 느린데 이번에 대거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공직사회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경찰 간부는 “이젠 눈에 띄기만 해도 위험하니까 ‘복지부동하는 대신 바닥에 붙어 보호색으로 몸을 숨기는 낙지부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가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공직자들이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두렵다고 느낄 정도면 얘기가 다르다. “이러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시즌2가 된다”는 공무원들의 우려를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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