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어떤 증거가 나오면 의견을 바꾸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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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심리학박사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만 내밀어 논쟁이 끝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게임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이 있다. 게임으로 친구를 사귀고 자신감을 되찾은 청소년도 있다. 둘 다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만 옳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막론하고 이런 논쟁은 흔하다. 서로 증거를 쏟아내지만 상대는 좀처럼 설득되지 않는다. 논쟁은 길어지고 감정만 상한 채 끝나기 일쑤다.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어떤 증거가 나오면 당신의 의견을 바꾸겠는가?” 내가 옳다는 증거를 찾기 전에, 언제 틀렸다고 인정할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다. 끝없는 논쟁을 생산적인 토론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논쟁도 그렇다. 게임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주장과, 게임을 독립된 질병으로 분류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오래 맞서왔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반드시 질병으로 분류해야 할까? 저출산이나 사회적 혐오도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치료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의 존재와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별개다.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최선인지, 다른 해결 방법은 없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과학적 주장의 조건으로 '반증가능성'을 제시했다. 뜻은 간단하다. 어떤 주장이 과학적이려면 그것이 틀렸음을 보여줄 조건도 분명해야 한다. 불리한 결과가 나올 때마다 다른 이유를 갖다 붙이면, 주장이 틀렸는지 확인할 길은 사라진다. 필자는 질병코드화 논쟁도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심리학계의 대표 학술지인 '한국심리학회지:일반'에 발표한 논문에서 여섯 가지 판단 기준을 제안했다. 첫째, 우울·불안·가족갈등 같은 다른 문제와 구별되는 독립된 질환인가. 둘째, 같은 사람인데 검사 방법에 따라 질병이라는 판단이 달라지지는 않는가. 셋째, 게임 이용이 실제로 학업과 일상의 어려움을 일으키는 원인인가. 넷째, 그 어려움이 일시적이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가. 다섯째, 독립된 질병코드를 운영하는 것이 기존 지원보다 회복에 더 도움이 되는가. 여섯째, 질병코드화로 얻는 사회적 이익이 낙인이나 불필요한 의료비용 같은 손실보다 큰가. 이것이 유일하거나 완전한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독립된 질병으로 분류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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