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한 달 뒤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아내에게 6000만 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사오도록 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명품관을 다 돌아봐도 해당 목걸이의 재고가 없었다. 급하게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을 샀는데 그게 그라프 목걸이였다고 한다. 그라프는 김 여사 ‘나토 3종 세트’ 중 귀걸이의 브랜드였다. 만약 윤 전 본부장의 원래 계획이 실현됐다면 김 여사는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만 2개를 받았을 것이다. 이미 넉 달 전 서희건설 측이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사서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
▷당시 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윤 전 본부장은 김 여사 선물을 전 씨에게 건넬 때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 꼬박꼬박 흔적을 남겼다. “취임 기념으로 제가 직접 골랐다” “여사님께 지난번과는 다른 고가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등의 문자를 보내면 전 씨는 “여사님이 아주 좋아하신다” “큰 선물이라고 놀라셨지만 별말씀 없었다. 연락 주실 거다” 같은 답신을 보냈다.
▷윤 전 본부장의 다이어리에서는 ‘K법사(건진법사) 미팅: 한옥집(잔금+선물)’이란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가 전 씨를 만났던 날 직접 적어 놓은 것이다. 그의 다이어리와 문자 내역에는 김 여사 외에 다른 인물들이 언급됐을 가능성도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서 전재수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금품을 제공한 입장에선 증거를 남겨놔야 받은 쪽이 민원 사항을 외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전 씨는 윤 전 본부장에게서 받은 금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모두 분실했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에서 결국 전달 사실을 실토했다. 윤 전 본부장과 주고받은 문자, 통일교 측이 보관해 온 선물 영수증 등 증거 앞에서 더는 잡아떼기 어려웠을 것이다. 금품 수수를 부인해 온 김 여사도 전 씨의 자백에 통일교로부터 샤넬 백을 받은 사실만큼은 인정했다. 김 여사는 전 씨가 전해 오는 호화 명품을 받을 때만 해도 이런 증거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줄은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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