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재자’ 아닌 北과의 파트너 택한 中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의 최대 메시지는 ‘말하지 않은 것(What was left unsaid)’이라고 일본 영자지 저팬타임스는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첫 방북 당시 ‘한반도 비핵화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침묵으로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해줬다는 평가가 많다.
꽉 막힌 남북 관계 속에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이뤄진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구상’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하지만 중국은 정작 북한과 마주해서는 핵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오히려 북한이 9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목표를 완수하길 바란다고 했다. 북한은 9차 당대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했고,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성과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 군사적, 경제적으로 밀착했고, 중국과의 경제협력마저 다시 활기를 띤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효과는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술 더 떠 지난달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일방적인 대북 제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북한은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요인도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中설득 작업 계속해야
북한의 핵전력 증강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악재다. 북한의 핵도발은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핵무장 빌미를 주고, 지역 내 군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가 발전에 주요 걸림돌이 돼 온 한국에는 뼈아픈 일이다. 중국의 묵인 속에 북한이 섣부른 판단을 하기 전에 시급히 손을 써야 할 시점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뜻을 같이해 온 미국과의 결속 강화가 중요하다. 북-중 정상회담 직후인 11일 서울에서 열린 제6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이후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가 처음 담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 날인 12일 일본 도쿄에서 북한 관련 한미일 협의를 열어 최근 빠르게 입장을 조율한 것도 긍정적이다.물론 중국과의 대화를 포기하거나 경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국 역시 국경을 마주한 북한이 핵전력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계속 키우고, 미국이 이를 빌미로 역내 군사력을 강화하는 게 달갑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자제하는 것에 대해 “비핵화 포기나 반대보다는 새로운 컨센서스의 부재”라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이미 북한이 핵을 보유한 현실 속에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등을 단기 목표로 잡고 협상해야 한다”면서 “이것을 ‘왜 비핵화를 포기했느냐’고 하면 더 나쁜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잃지 않고, 한 발자국씩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계속 노력하고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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