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횡설수설/김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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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이 4 대 4로 팽팽히 맞선 8회말 투아웃 만루 상황. 홈팀 1번 타자의 방망이가 빠르게 돌았다. 타구는 가운데 담장 근처까지 쭉쭉 뻗어나갔다. 중견수가 몸을 던졌지만 공이 빠졌고, 타자는 그 틈을 노려 2루를 통과해 3루까지 내달렸다. 그만 뛰라는 주루코치의 만류도, 벤치에 있던 감독과 동료들의 안타까운 손짓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3루에 안착하고 나서야 그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팀을 위한 한 베이스 추가 진루를 위해 사이클링히트라는 개인 대기록을 포기한 순간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우익수 박승규 선수는 10일 NC 다이노스와 치른 그 경기가 작년 8월 부상 이후 8개월 만에 치르는 복귀전이었다. 첫 타석부터 3루타를 쳐낸 박승규는 다음 두 타석에서 단타와 홈런을 때려냈다. 네 번째 타석은 땅볼 아웃. 그리고 문제의 그 타석에서 2루타로 만족했더라면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한 경기에 모두 친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올해로 45년째인 한국프로야구에서 32번(30명)만 나온 기록을 포기한 것이다. 팀이 8 대 5로 승리한 뒤 박승규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의 기록은 곧 자신의 몸값을 의미한다. 한 타석, 한 타석의 결과가 모여 개인 기록이 만들어지고, 흔하지 않은 기록을 달성하면 스타성이 올라간다. 그러니 선수가 기록에 대한 욕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박승규가 화제가 되는 것은 찰나의 고민도 없이 팀을 위한 선택을 내렸다는 점 때문이다. 스물여섯 박승규가 앞으로 어떤 기록을 쌓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2026년 4월 10일 8회말의 질주는 야구팬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기록’될 것 같다.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같은 다른 단체 종목들도 마찬가지로 ‘팀 퍼스트’ 정신이 강조된다. 2003년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며 최고 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스페인으로 이적시킨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당시 감독은 팀 우선주의를 가장 극단적으로 강조했던 인물이다. 물론 선수들도 이를 가장 큰 가치로 여긴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전성기 시절 팀 사정에 맞춰 벤치 멤버 역할을 흔쾌히 받아들였던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마누 지노빌리가 오래도록 사랑받은 게 그래서다.

▷가정과 직장에서도 개인과 단체의 이해관계는 늘 부딪치기 마련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개인의 희생을 ‘미덕’인 양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갈수록 옅어지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다수를 위해 나를 버리는 모습은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승패를 가리는 짜릿함만큼이나 ‘박승규의 질주’처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낭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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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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