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여름을 한 접시에 담은 샐러드[정기범의 본 아페티]

1 day ago 3

정기범 작가·‘저스트고 파리’ 저자 연일 무더위가 이어질 때면 한국인들은 시원한 평양냉면이나 콩국수 한 그릇을 떠올린다. 뜨거운 밥보다 차갑고 담백한 음식으로 더위를 식히는 것은 여름을 보내는 우리의 방식이다. 프랑스인들에게도 여름을 대표하는 한 끼가 있다.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한여름이 되면 레스토랑과 카페의 테라스에선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샐러드를 앞에 두고 점심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원한 탄산수나 로제 와인 한 잔을 곁들여 천천히 즐기는 샐러드는 프랑스 여름의 익숙한 풍경이다. 프랑스에서 샐러드는 한 끼 식사다. 신선한 채소 위에 고기나 생선, 달걀, 치즈를 더해 영양의 균형을 맞추고, 지역의 특산물을 담아낸 완성된 요리다. 가정식 비스트로 역시 점심이면 다양한 샐러드를 선보인다. 그중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가 세자르 샐러드(Salade César) 다. 1924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이탈리아계 셰프 체사레 카르디니(Cesare Cardini)가 즉흥적으로 만든 요리에서 시작됐고, 그의 이름이 그대로 샐러드의 이름이 됐다. 프랑스 음식은 아니지만 지금은 프랑스 어디를 가든 카페와 비스트로의 점심 메뉴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됐다. 프랑스를 여행하다 보면 샐러드도 지역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니스와 코트다쥐르에서는 참치와 삶은 달걀, 토마토, 올리브를 담은 샐러드 니수아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중해의 햇살을 머금은 재료들이 어우러져 접시에 여름을 그대로 담아낸다. 조금 더 서쪽의 프로방스로 들어가면 샐러드는 더욱 화려해진다. 시장에서 막 사 온 울퉁불퉁한 옛 품종 토마토와 노란 토마토, 검붉은 토마토, 어린 애호박, 바질과 타임 같은 허브가 접시를 가득 채운다. 여기에 잘 익은 올리브와 염소치즈가 더해지기도 한다. 복잡한 소스 대신 좋은 올리브오일과 약간의 식초, 그리고 소금만으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충분히 살려낸다. 프랑스의 샐러드는 단순히 채소를 많이 먹기 위한 음식이 아니다. 각 지역에서 가장 좋은 제철 식재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면 샐러드도 함께 달라진다. 리옹에서는 베이컨과 반숙 달걀을 올린 샐러드 리요네즈가 사랑받는다. 남서부 페리고르에서는 훈제 오리 가슴살(Magret fumé), 오리 근위, 호두를 곁들인 샐러드가 식탁에 오른다. 같은 샐러드라도 그 지역의 기후와 역사, 그리고 특산물이 ...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