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치매 치료 황금기 판별…신약 효과 높일 혈액 지표 찾았다

1 week ago 3

강남세브란스병원 조한나 교수(왼쪽)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김한결 교수(오른쪽)

강남세브란스병원 조한나 교수(왼쪽)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김한결 교수(오른쪽)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단계를 파악하고, 치매 신약 치료 효과를 높이는 ‘치료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한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와 김한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경과 교수, 미국 세인트루이스 C2N 다이애그노스틱스 공동 연구팀은 혈액 내 특정 단백질인 ‘인산화 타우217(p-tau217)’ 수치가 뇌 속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 단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쌓이면서,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 안에서 엉켜 신경 세포가 손상·사멸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억력, 언어, 인지능력이 점점 나빠진다. 기존 치매 치료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자체를 제거해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늦추는 신약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치매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새 치매 치료제는 병이 진행된 환자에게 활용할수록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인지 기능이 이미 심하게 저하된 환자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다. 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여 있지만, 타우 병리가 아직 초기 중등도 단계인 ‘치료 황금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 기억장애 클리닉에서 양전자 단층촬영(PET) 검사와 혈액 검사를 모두 받은 환자 237명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국내에서 두 검사를 동시에 대규모로 시행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는 인지 기능이 정상인 사례부터 경도인지장애(MCI), 치매 단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PET 영상 분석을 통해 각 참여자를 알츠하이머 연구 표준 병기 체계인 ‘아밀로이드 침착 단계’와 ‘타우 엉킴 단계’로 분류했다. 이후 혈액 바이오마커 수치가 이런 PET 기반 병기를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평가했다. 각 병기에 해당할 확률이 50%가 되는 혈액 수치 임계값을 도출해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혈액 내 p-tau217 수치가 뇌 속 아밀로이드 침착 단계와 타우 엉킴 단계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예측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초기 아밀로이드 축적을 감별하는 능력(AUC 0.96)과 중등도 이상의 타우 축적을 확인하는 능력(AUC 0.92)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PET 검사를 받지 않고도 혈액 검사만으로 환자의 뇌 속 병리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확률 기반 모델링을 통해 치매 신약 치료 효과가 가장 높은 치료 황금기를 찾았다. 연구 결과 치료 적기에 해당하는 혈액 p-tau217 범위는 1.895~5.077pg/mL로 나타났다. 이 범위에 속하는 환자는 뇌 속에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지만 타우 병리가 초기·중등도 단계여서 신약 치료 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한나 교수는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의 뇌 속 병리 단계를 PET 수준의 정밀도로 파악하고 치료를 시작할 최적의 시기인지 판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분야 최고 학술지 ‘알츠하이머 및 치매’에 실렸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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