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뒤 의원 유튜브 출연 총 2534회
김어준 채널 등 3개 75.9% 차지해 독과점
강성 지지층에 영향력 커지며 의존도 확대
‘제4부’ 언론 역할, 학문 정체성까지 흔들어
대통령실 최고위직 인사의 국회 ‘급발진’도 낯설지만, 언론학자의 시각에서 더 이례적인 것은 바로 다음 날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한 김 실장의 행보였다. 10월 이상경 당시 국토교통부 1차관이 경제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논란의 중심에 있던 부동산 규제를 설명한 것조차 이례적 국정 홍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더 고위직인 대통령정책실장의 미디어 행보는 차원이 다른 파격이었다.
사실 정치권에서 기성 언론 중심의 미디어관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건 꽤 됐다. 필자는 22대 총선(2024년 4월 10일) 이후 국회의원들의 유튜브 채널 출연 사례 전수를 조사해 봤다. 의원들의 소셜미디어(X,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에서 ‘출연’, ‘유튜브’라는 키워드로 게시물 전수를 추출해 기성 언론을 제외한 유튜브 채널 출연만을 취합했다. 오류가 있겠지만 ‘큰 그림’ 파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의원들의 총 유튜브 출연은 약 2534회로 파악됐다. 의원이 한 번이라도 출연했던 채널은 74개 정도였는데, 그중에는 지배적 채널 3개가 존재했다. 이번에 김 실장이 출연한 ‘겸손은 힘들다’가 압도적 1위로, 22대 총선 이후 의원이 무려 958회 출연했다. 주말을 빼면 매일 2.3명이 출연한 셈이었고, 전체의 거의 40%에 육박하는 비중이다.1위와는 격차가 컸지만 ‘매불쇼’(570회·22.5%), ‘오마이TV’(395회·15.6%)가 2위권을 형성해 최상위 3개 채널의 점유율이 무려 75.9%였다. 추가적으로 ‘장윤선의 취재편의점’(157회·6.2%), ‘류병수의 강펀치’(124회·4.9%) 정도가 의원이 100회 이상 출연한 채널이었고, 그 외에는 20회를 넘는 채널(14개)도 드물었다. 유튜브 등장으로 정치적 다양성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압도적 영향력을 가진 채널 3∼5개의 독과점 양상이다.
2534회 중 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소속 의원이 총 1970회(77.7%), 국민의힘·국민의미래(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 소속 의원이 총 133회(5.2%)를 차지해 범민주당 의원들의 출연 빈도가 압도적(약 15배)으로 높았다. 심지어 조국혁신당도 약 380회(15.0%)로 범국민의힘보다 3배가량 높았다.
이런 비대칭은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들의 압도적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겸손은 힘들다’에 범민주당 대 범국민의힘 의원의 출연 비율은 824 대 1이었다. 박주민(민주당·64회), 최민희(민주당·57회), 신장식(조국혁신당·51회), 박지원(민주당·47회) 의원 등이 해당 채널의 ‘최애’ 의원이었다. ‘매불쇼’는 381 대 2, ‘오마이TV’는 366 대 0이었다. 물론 이는 국민의힘 계열 의원들이 이 채널들에 출연을 꺼려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유튜브 최다 출연 의원(약 196회)으로 꼽혔는데, 주말을 빼면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출연했다. 그 뒤를 이어 김준형(조국혁신당·137회), 신장식(조국혁신당·120회), 박지원(민주당·119회) 의원 등이 22대 총선 이후 100회 이상 유튜브에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이라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의원은 176명으로 전체의 60% 정도였다.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15회), 최형두(15회) 의원만이 10회 이상 유튜브에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다시 공천을 받을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인 의원들에게 강성 지지층에 영향력이 막대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일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 영향력이 초극강 3인방에게 집중되다 보니 헌법기관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이들의 섭외 전화를 목놓아 기다리는 형국이 됐다. 근대 민주주의에서 전통적 3대 권력인 입법·사법·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독립적인 사회적 권력으로 자리 잡아 ‘제4부’라 불려 온 언론의 설 자리는 어디일까. 필자가 속한 학과는 1970년대 ‘신문학과’로 시작해 매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1990년대 ‘언론정보학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대로라면 10년 후 학과명은 ‘동영상 플랫폼학과’가 돼야 할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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