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안에서 한소희, 전종서를 보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싸우는 장면인데 저렇게 예쁘다고?란 생각도 했죠. 한편으로는 이 두 배우가 그동안 과소평가 받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신들이 있습니다. 여배우들이 수행해 내는 무모할 만큼의 에너지와 파워를 스크린에서 보기 쉽지 않은데 많은 젠더를 볼수 있는 화면을 실컷 볼수 있어 '프로젝트Y'에 감사합니다."
배우 정영주는 영화 '프로젝트 Y'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정확히 짚는다. 강렬한 여성 서사, 욕망과 생존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느와르적 세계, 그리고 출연 배우들이 각자의 한계를 밀어붙이며 완성한 에너지. 영화 '프로젝트 Y'가 언론에 첫 공개되며 베일을 벗었다.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는 영화 '프로젝트 Y'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본 행사에 앞서 고 안성기를 기리는 추모 묵념이 진행됐고, 배우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묵념에 임하며 영화계 선배를 향한 예를 갖췄다.
'프로젝트 Y'는 화려한 도시의 밤 한복판에서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던 미선과 도경이 인생의 벼랑 끝에서 검은 돈과 금괴를 손에 넣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범죄 엔터테이닝 영화다.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감행하고, 이 선택은 곧 돈과 욕망을 좇는 이들과의 거친 충돌로 이어진다. 단순한 설정 위에 쌓아 올린 빠른 전개와 집요한 추격은 러닝타임 108분을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밀도 높은 긴장감을 만든다.
이환 감독은 이날 상업영화 첫 연출작을 선보이는 소감을 묻자 "긴장되고 떨린다"며 운을 뗐다. 그는 작품의 출발점에 대해 "인간의 욕망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욕망으로 움직이다가 또 다른 욕망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인물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구조를 떠올렸다. 이야기를 확장하다 보니 다양한 캐릭터들의 큰 에너지가 부딪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이 영화를 만난 모든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미선 역을 맡은 한소희는 캐릭터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안에는 연약함이 공존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래 배우인 전종서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선배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이 작품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도경 역의 전종서는 "버디물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며 "대본에 적힌 것보다 인물 안에 숨은 결이 많았고, 그것을 찾아내며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함께 달리고 부딪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토사장 역의 김성철은 캐릭터 접근 방식에 대해 "서사를 굳이 설명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감독님과 함께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명이 붙는 순간 이 인물이 가진 악의 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토사장은 미선과 도경 앞에 가로막힌 하나의 검은 덩어리, 악마 같은 존재로 보이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환 감독 역시 "처음 등장부터 악하게 출발하고 싶었다. 이유를 붙이면 오히려 클리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정영주는 황소 캐릭터를 두고 "이름이 황소인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무조건 해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또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겠나. 한겨울 내내 몸으로 부딪히며 촬영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요즘 N차 관람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공연계에서는 회전문이라고 한다. 이 영화도 여러 번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신록은 가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일반적인 모녀 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두 주인공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존재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선과 도경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이 시스템을 벗어나려 하지만, 가영과의 짧고 강렬한 만남을 통해 목표를 바꾸게 된다. 그 전환이 설득력 있게 보이도록 집중했다"고 말했다.
첫 영화 도전에 나선 유아는 "처음 맡은 역할부터 파격적인 대사들이 많아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이 그런 대사를 멋있게 소화하는 것이 배우라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며 "욕을 노래처럼 리듬으로 연습하며 익숙해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어졌다. 정영주는 김신록에 대해 "대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모든 것이 전달됐다"고 극찬했다. 김신록은 "가죽 재킷을 입고 걸어오는 정영주 선배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카리스마로 맞서야 할지 고민했다"며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환 감독은 자신의 전작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와의 연결성에 대한 질문에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욕망을 발견하고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구조는 이어져 있다"고 답했다. 그는 "'프로젝트 Y'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보면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가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딸과 엄마의 관계, 희생의 감정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 속 가상의 공간 '화중시장'에 대해서는 "욕망이 가장 들끓는 장소를 떠올렸을 때 어두운 밤이 생각났다. 그 공간 안에서 군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환 감독은 "고전 영화 같은 시네마틱한 재즈와 블루스의 감성을 떠올렸지만, 화면과 살짝 어긋나는 이질감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화사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보컬이 필요한 곡이었고, 화사가 가진 에너지가 이 영화에 새로운 색을 입혀줄 것이라 생각했다. 흔쾌히 참여해줘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행사 말미, 배우들은 관객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성철은 "지금 계절과 잘 어울리는 영화다. 싸늘한 겨울에 극장에서 만나면 더 와닿을 것"이라고 했고, 한소희는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영화다.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영주는 "최근 영화계에 큰 별들이 떠나 마음이 무거웠다"며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돼야 한다. 채찍과 응원을 함께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강렬한 여성 캐릭터들의 충돌, 욕망과 생존을 밀어붙이는 느와르적 서사, 그리고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가 결합된 '프로젝트 Y'는 오는 1월 21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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