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To-Do): 일본 엔 매입’[횡설수설/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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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미국 각료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테이블 앞에 놓인 메모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할 일(To Do): 일본 엔(JPY) 매입 50억∼100억 달러’라는 손글씨가 보였다. 지난달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은 사진이 노출된 시기 전후로 장중 155엔대까지 뚝 떨어졌다. 미일 당국의 ‘기습 개입설’이 돌자 결국 양국 재무장관은 이를 공식 인정했다. 벼랑 끝에 몰린 엔화를 구출하기 위한 공동 작전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인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당시 일본이 홀로 엔화 매수에 나섰을 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보였지만, 미국이 가세하자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이번에도 일본이 연이틀 10조 엔가량의 실탄을 퍼부은 데 이어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나서 유로를 팔고 엔화를 사들였다. 양국 당국은 추가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투기 세력에 경고장을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공조가 “맹방 일본과의 우정의 표시이자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긴 어렵다. 이례적인 공동 개입은 철저히 미국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미 국채 매도 폭탄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이 엔-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미 국채를 내다 팔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가 급등해 미 경제와 증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강달러 현상에 따른 미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 악화를 막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미일 공조로 일본이 한숨을 돌렸듯이 한때 1560원 선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이후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 1430원 선까지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과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환율이 크게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가의 국내 증시 복귀도 힘을 보탰다. 일본 정부가 엔화 방어에 돈을 쏟아붓던 그때 한국 정부도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외환시장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환율 걱정을 완전히 덜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미일의 인위적 개입으로 엔화 강세 흐름이 빨라질 경우 글로벌 자산 시장을 지탱해 온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하게 청산되며 국내 증시까지 파편이 튈 위험이 있다. 반면 미일 간 구조적인 금리 차이가 여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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