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세계 질서 관점에서 본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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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윤 칼럼] 세계 질서 관점에서 본 美·이란 전쟁

미국과 이란 전쟁은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만 놓고 보면 큰 변화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막대한 전력을 투입하고도 ‘이란 핵 제거’와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했다. 이란도 거센 공세를 견뎌내고 있을 뿐 전황을 바꾸진 못한다.

현실적으로 남은 카드는 타협이다. ‘이란의 핵 포기’와 ‘미국의 전쟁 금지(不可侵)’를 맞바꾸는 것이다. 해외에 묶인 이란 자산 동결 해제, 경제 제재 완화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후 복구와 석유 개발도 공동으로 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제휴 또는 동맹 가능성은 꽤 오래전부터 거론돼왔다. 미국 군사정치 전문가 조지 프리드먼은 2011년 펴낸 책

에서 “이란을 상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전략적 도덕적 위협으로 간주됐던 국가와 동맹을 맺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소련과, 냉전 시대에 중국과 손잡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어느 쪽도 상대편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지만 솔직히 말해 몇 가지 공통된 이익을 갖고 있다”며 “제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이더라도 끝에 남아 있는 것(타협)이 가장 가능성 있는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에서 호르무즈해협은 미국을 멈춰 세울 수 있는 ‘핵무기 같은 억지력’을 보여줬다. 달러 중심의 석유 패권도 흔들어놓았다. 하지만 이란은 서방의 오랜 제재로 경제 전반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엄청난 공습까지 당했다. 주변 걸프국들의 석유 생산 공장과 담수화 시설을 무차별 공격한 ‘물귀신 작전’으로 아랍인의 신뢰도 많이 잃었다. 헤즈볼라 등 이란을 대리하는 무장세력 역시 약해졌다. 이슬람혁명을 수출할 수 있는 역량을 거의 잃어버렸다.

미국과 이란 간 ‘빅딜’이 이뤄지면 달라진다. 중동의 세력 균형이 미국·이란 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유럽 동맹에 생긴 균열은 ‘다음 편’을 예고하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겠다”며 협박했다. 유럽 지도자들을 조롱하는 ‘말 폭탄’도 쏟아냈다.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트럼프의 미치광이(狂人) 전략일 수 있다. 문제는 EU가 겉보기보다 허약하다는 사실이다.

중세 종교 시대 이후 유럽은 국가 간, 민족 간, 종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1,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곳도 유럽이다. 지역 내 강대국 등장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수시로 편을 갈라 싸웠다. 얼마나 싸웠으면 ‘중립국’이라는 나라까지 등장했을까.

지금의 EU가 괜찮아 보이는 것은 환경, 기후에너지 같은 ‘갈등 소지가 거의 없는 사안’을 주로 논의하기 때문이다. 정치 군사 외교 등 주권과 관련 있는 사안은 다수결이 아니라 만장일치다. 한 국가만 반대해도 부결이다. 예컨대 2005년 상정된 EU 헌법조약은 ‘헌법’ ‘대통령’ ‘외교장관’ 등 주권 일부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반대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들은 헝가리가 걸림돌이었다. 헝가리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에 EU 회원국들이 환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나토 탈퇴는 트럼프 혼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1980년대 말 냉전이 끝나면서부터 거론됐다. 이후 리비아 유고슬라비아 사태 등에 개입한 EU 주요국의 실력이 예상보다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비슷했다. 이런 와중에 양측의 갈등이 터져 나왔다.

이 틈을 러시아와 중국이 파고들 가능성이 있다. EU 회원국들의 지난달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의도적인 접근이다. 중국은 유럽 내에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이 문제가 될 만큼 핵심 무역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 분위기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미국과 많이 다르다. 유럽 대륙 국가 중 상당수가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 평등을 중시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구심점이 사라지면 러시아와 중국의 구애는 더 이상 짝사랑이 아니다. 유럽이 또다시 초강대국의 분쟁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정말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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