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대신 국내파가 일본 학계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 대학 및 연구소와의 교류도 줄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3년 해외에서 한 달 이상 연구한 일본인 학자는 3623명으로 2000년(767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적 교류가 축소된 탓에 해외 학자와의 공동 연구도, 공동 논문도 위축된 상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합종연횡하며 혁신을 이끄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연구자의 고립은 치명적 약점일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과 중국, 대만 기업이 약진하면서 일본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4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과 한국만 방문하고 일본은 건너뛰었다며 “일본에 황 CEO가 함께하자고 제안할 매력적인 기업이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 CEO가 “대만은 AI 혁명의 중심”, “한국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다”며 양국 기업에 구애한 게 ‘저팬 패싱’의 징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반도체 기술을 전수받은 삼성전자가 AI 혁명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한 것도 일본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온라인에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 100대 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글이 일본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실제로 야후저팬 파이낸스 홈페이지에서 영업이익 1∼100위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모두 더하면 56조 엔(약 530조 원)으로,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2028년도 삼성전자 영업이익 610조 원에 못 미친다.▷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중 발표할 혁신 전략에 ‘2030년까지 AI 등을 전공하는 젊은 연구자 3만 명을 해외로 파견하겠다’는 내용을 넣기로 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 5년이 안 된 연구자를 AI 혁신의 최전선으로 보내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시킨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부 연구자의 해외 파견을 지원한다고 이미 갈라파고스화된 일본의 연구 생태계가 얼마나 바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하버드대가 발표한 ‘AI 경쟁력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9위, 일본은 10위였다. 하버드대는 일본에 대해 “소재 및 장비 분야가 강점이지만 디지털 전환이 미흡하고 AI 혁명을 이끌 핵심 인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을 보면 AI 패권 경쟁 시대에 고립은 곧 후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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