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긴 게임의 일부 수익이 한국 문화재 환수에 쓰인다면 어떤 느낌일까. 유명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게임즈의 롤(LoL)플레이어들은 실제로 그런 경험을 10년 넘게 해왔다. 누적 기부 금액만 100억 원에 달할 정도다. 단순 기부나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을 넘어 자사 지식재산권(IP)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한국 문화산업의 주요 축으로 편입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엇게임즈는 국가유산청에 매년 기부해온 ‘국가유산지킴이’ 후원금이 올해 누적 100억원을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다. 조혁진 라이엇게임즈 한국 대표는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신뢰받는 게임사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한국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문화유산 보존과 환수 사업을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2년 동안 석가삼존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 등 여러 국외 소재 문화유산 환수가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이뤄졌다.
겉으로는 사회공헌(CSR) 활동 같지만, 이면에는 보다 장기적인 목적이 작동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있다. 게임과 e스포츠가 한국 문화산업의 핵심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만큼 한국의 역사·전통과의 접점을 강화함으로써 ‘이 땅에 뿌리내린 기업’이라는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게임 IP 자체의 문화적 권위와 깊이를 확보하는 전략적 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최근 데브시스터즈가 준비 중인 ‘돈덕전’ 프로젝트도 이 흐름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전통 한옥·풍류·궁궐 미학을 차용해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단순한 테마 활용이 아니라, 한국적 미학을 세계관의 핵심 요소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를 만들려는 전략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팬층 확장을 넘어 한국 고유의 장소·기록·전통 서사를 본격적으로 세계관에 반영함으로써 글로벌 팬덤에 ‘로컬리티(Locality)’라는 깊이를 부여하려 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 게임사의 경영환경 변화와 밀접하다고 본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청소년 보호정책 논쟁, 플랫폼 수수료 갈등 등 게임 산업을 둘러싼 제도적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 정치·행정과 접점이 많은 산업 특성상, 공공성과 사회적 기여를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기업 경영 안정성 확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문화유산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정파적이고 상징성이 큰 분야 중 하나로, 게임사가 ‘책임 있는 문화기업’ 이미지를 쌓기에 최적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소비자층의 취향 변화도 이를 뒷받침한다. K-팝·K-드라마·웹툰 등 로컬리티 기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글로벌 게임 IP 역시 “이 세계관이 어디에서 비롯됐는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게 됐다. 한국적 미학과 서사가 결합될수록 해외 이용자에게는 브랜드의 정통성과 세계관의 깊이가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쿠키런·롤(LoL) 같은 IP가 한국적 자산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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