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년 기후 복원, 빙하 후퇴 늦췄던 '자연 방파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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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일 극지연구소 연구팀 “빙하예측모델, 정교하게 만들 수 있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북극 스발바르 지역의 지난 1만여 년 동안 빙하 환경 변동을 분석해 빙하 후퇴를 조절했던 지형·해양의 복합적 요인을 규명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지구 가열화의 영향으로 극지방과 고산지대의 빙하는 점차 영역이 줄고, 녹아내린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빙하 후퇴 과정에서 남겨진 지형·퇴적학적 기록은 과거 기후변화의 과정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 연구팀은 2019년 한국-노르웨이 국제 공동탐사에서 수집한 노르웨이 스발바르 남부 벨준트(Bellsund) 피오르(fjord) 일대의 해저 지형 자료와 퇴적층 시료를 분석했다. 약 1만5000년 동안의 빙하 거동과 환경 변화를 복원했다.

이번 연구는 빙하기 후의 스발바르 벨순드 지역의 빙하와 피오르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있다. 기후, 피오르 형태, 지각 융기, 대서양 해수의 복합적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19년 7월 노르웨이 트롬소 북극대 소속의 2000톤급 탐사선 헬머 한센호가 스발바르 피오르를 탐사하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

분석 결과 비슷한 기후 조건에서도 피오르의 구조, 해저 지형, 해수 유입 경로 등에 따라 빙하의 후퇴 속도와 양상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벨준트와 주변 피오르에 발달한 방파제 형태의 지형은 과거 따뜻한 시기에 빙하가 급격한 후퇴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피오르 입구의 완만한 수심 변화와 협소한 수로 구조가 외해의 따뜻한 해수 유입을 제한해 빙하의 안정성을 높였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논문 제1저자인 조영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지형과 해양 조건의 상호작용이 빙하 거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연구를 주도한 남승일 박사(교신저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고위도 지역의 빙하 예측 모델을 정교화하는 데 핵심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가 가열되면 빙하가 녹는 것은 자연 이치인데 특정 지형에서는 늦춰지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특이한 현상을 파악하는 데 이번 연구결과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신형철 소장은 “우리는 극지에 남아 있는 기후변화의 흔적들에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실마리들을 찾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 시대에 빙하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Climate, Fjord Morphology, and Oceanographic Controls on Glacier Retreat and Sedimentation in Bellsund, Southwestern Svalbard)는 지난 9월 21일 국제 학술지 고해양과 고기후(Paleoceanography and Paleoclimatology)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한국과 노르웨이 외에도 독일, 중국 연구진이 참여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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