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뉴프런티어 (26)] 진크래프트 "고형암 정밀타격하는 유전자 치료제 세계 최초 개발 도전…빅파마 러브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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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뉴프런티어 (26)] 진크래프트 "고형암 정밀타격하는 유전자 치료제 세계 최초 개발 도전…빅파마 러브콜 쏟아져"

"혈액암 치료에만 활용되고 있는 유전자 치료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형암까지 치료하는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배석철 진크래프트 대표는 최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설립 5년차인 진크래프트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벡터(AAV) 기반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충북대 석좌교수인 배 대표는 암 연구 석학이다. 일본 교토대에서 연구원을 지내면서 찾아낸 암 억제 유전자 연구를 30년 넘게 해왔다. 진크래프트는 배 대표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KRAS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여기에다 독자적인 벡터 생산기술까지 확보했다.

배 대표는 "고유한 유전자와 독자적인 벡터 기술을 갖춘 유전자치료제 개발사는 국내에 흔치 않다"며 "고형암에 이어 골관절염, 비만 등으로 유전자치료제의 영역을 넓혀가겠다"고 했다.

암 억제 유전자 세계 최초 발견

서울대 약대를 나온 배 대표는 일본 교토대와 프랑스 암연구소에서 4년 간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이 곳에서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를 연구했다. 우리 몸 속 유전자를 찾아내 그 유전자의 역할을 분석하는 게 배 대표의 일이었다.

그러던 중 배 대표는 세계 최초로 세 개의 렁스(RUNX) 유전자를 차례로 찾아냈다. 렁스1, 렁스2, 렁스3가 그것이다.

렁스1은 백혈병을 유발하는 200여개의 유전자 가운데 하나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백혈병의 30%를 차지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이 생긴다. 렁스2는 뼈 생성 과정을 총괄하는 마스터 유전자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조골세포 분화, 뼈 매트릭스 생성, 성장판 발달 등이 무너져 뼈 형성 장애 질환이 발생한다.

렁스3은 대표적인 종양 억제 유전자다. 배 대표가 렁스3 유전자를 발견하고 국제학술지 <온코진>에 발표한 건 1993년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암 억제 유전자는 50여개다. 배 대표는 "렁스3가 암 억제 유전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유전자"라며 "렁스3를 잘 통제하면 암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렁스3는 비타민 B3와 관련 있다. 비타민 B3는 렁스3의 기능을 촉진시킨다. 암은 억제 유전자 기능이 부족할 때 생긴다. 배 대표는 억제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비타민 B3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배 대표는 1995년 충북대 의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암 연구에 매진했다. 2002년에는 렁스3 유전자가 위암 억제 유전자인 것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실었다. 이후에도 렁스3의 기전과 암 억제 효과를 규명한 논문을 <네이처> 등에서 발표했다.

"렁스3 바이러스벡터, 암세포만 정밀 타격"

렁스3 유전자는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전환시키는 KRAS 같은 종양유전자가 돌연변이 또는 과발현되면 이를 감지해 암 억제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먼저 렁스3 유전자는 종양억제 단백질인 p14ARF의 발현 부위에 결합한다. 이는 p14ARF의 발현을 촉진한다. 이렇게 되면 MDM2의 발현을 억제해 강력한 종양억제 단백질인 p53이 안정화되도록 돕는다. p53이 정상 작동하면 DNA가 손상됐거나 변이가 일어난 세포는 스스로 죽도록 유도한다. 세포사멸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반면 렁스3 유전자가 활성화되지 못하면 암세포가 자연사하는 메커니즘이 무너지게 된다.

진크래프트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RX001'은 렁스3 유전자의 암 억제 메커니즘을 정상화시켜주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현재 렁스3 유전자를 타깃하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인 곳은 진크래프트가 유일하다. 배 대표는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신호를 보고,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죽인다"며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했다.

RX001은 KRAS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이 적응증이다. 건국대 의대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은 물론 효능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내년 3분기께 임상 1상이 종료될 예정이다. 배 대표는 "내년 2분기께 임상 1상 중간데이터가 나올 예정"이라며 "빅파마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진크래프트는 동물모델에서 효능을 확인했다. 한번 투여로 84%의 종양 성장억제율을 보였다. 투여 10일만에 37.5%의 완전관해율을 기록했다.

진크래프트가 고형암 중에서도 비소세포폐암 신약에 먼저 도전장을 낸 것은 아직 근본적 치료제가 없어서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세계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발병이 많은 암이다. 특히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30%가 KRAS 돌연변이다.

"바이러스벡터 혁신…기존 유전자치료제 한계 넘는다"

진크래프트의 또다른 경쟁력은 바이러스벡터 기술이다. 낮은 생산성, 낮은 발현율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기존 바이러스 벡터 기술에서 진일보했다. 배 대표는 "질환 치료에 딱맞는 유전자를 찾는 것과 이 유전자를 암세포에 전달하는 바이러스 벡터 기술이 유전자치료제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진크래프트는 두가지 모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고 했다.

진크래프트가 보유한 바이러스 벡터 기술은 수퍼ITR이다. 2021년 개발해 특허를 확보한 이 기술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벡터로 쓰는 ITR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ITR은 유전자 전달체의 양쪽 끝에 위치한 특징적인 염기서열이다. 유전자 복제, 패키징, 성숙한 벡터 입자 형성 등에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 양쪽 끝이 T자형 헤어핀 구조를 가졌다.

기존에는 외래 유전자를 ITR 양쪽에 둘러싸는 방식으로 삽입해서 세포 내에서 복제했다. 진크래프트의 수퍼ITR은 T자형 헤어핀 하나를 제거한 구조다. 배 대표는 "복제할 때는 야생형 ITR이 필요하지만 치료 목적으로 쓸 때는 이런 구조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한쪽을 잘라내면서 유전자를 넣는 것도 더 쉬워졌다"고 했다.

진크래프트는 수퍼ITR을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목적하는 유전자 발현 증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수퍼ITR은 기존 야생형 ITR에 비해 생산수율이 1.5배 높다. 원가 절감 효과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유전자 발현도 좋아져서 효능이 더 높아지는 효과를 낸다. 배 대표는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 용량을 줄여도 비슷하거나 더 나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수퍼ITR 플랫폼을 바이오텍이나 제약사, 위탁생산업체(CMO) 등에 기술이전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진크래프트는 세계적 석학과 손잡고 차세대 AAV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종신교수인 데이비드 쿠리엘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방식의 AAV 전달체 기술과 유전자 탑재 기술을 확보했다. 배 대표는 "몸 속에 투약한 AAV가 면역 회피를 통해 장시간 유지될 수 있고, AAV가 자체적으로 복제하는 방식으로 전이암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이라며 "기존 AAV의 기술적 허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진크래프트는 서울대 멀티오믹스센터와 협업해 ITR 최적화 모델링 AI인 딥ITR을 개발했다. 딥ITR은 목적 유전자에 대한 AAV 후보를 도출하고 재조합 등의 과정을 거쳐 최적의 유전자치료제를 설계할 수 있는 AI다. 배 대표는 "딥ITR을 통해 맞춤형 유전자치료제 설계, 바이오베터를 개발할 방침"이라며 "기술이전을 통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빅파마들이 관심…3년 뒤 IPO"

진크래프트는 렁스3 타깃의 전신 고형암 치료제인 'RX002', CBF베타 타깃의 골관절염 치료제 'RX003', GLP-1 타깃의 국소 비만치료제 'RX004) 등도 개발 중이다. 현재 비임상 또는 벡터 검증 단계다.

진크래프트는 2028~2029년께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시리즈B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유치액은 186억원이다. 배 대표는 "유럽 소재 다국적기업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을 만큼 해외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진크래프트는 항암 유전자치료제 시장에서 글로벌 강자를 꿈꾸고 있다. 2017년 로슈의 유전성 망막변성 치료제 럭스터나를 시작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유전자치료제는 모두 8개다. 조혈모세포 유전자 치료제 등은 상용화됐지만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한 유전자치료제는 아직 없다.

배 대표는 "효능은 뛰어나면서 생산원가를 크게 낮춘 유전자치료제 시대를 열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나가겠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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