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eye-공항 경계등[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5〉

5 hours ago 1

밤은 오로지 외눈으로 지켜봅니다
그대와 전력 질주를 못해 미안합니다
지치는 순간을 탓하는 게 아니라
전력으로 달려 보지도 못하고 마음을 무너뜨리는
부끄러움 말입니다

부하가 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습니까
(중략)
함께 경주를 마치지 못해 미안합니다
밤의 눈은 아침에도 경계등처럼 떠있습니다
감을 수 없어 잠들지 않는 마음입니다
사랑이랑 분간이 어려울 땐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이랑 구별할 수 없는 삶이
죽음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요
누구의 부하도 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습니까

―이원석(1976∼)

시집에 소개된 시인의 약력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공항에서 수레를 끌고 시 쓰는 사람.” 시편들을 살펴보니 시인은 야간 근무를 많이 서는 모양이다. 한밤중 공항에서 일하는 화자가 많이 등장한다. 그에게 세계는 떠나고 돌아오는 이들로 가득한 커다란 공항 같을까? 그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진실이 들어 있는 것이 시라며, “거부할 수 없는 진실, 그걸 마주했을 때 인간은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시 속 화자의 질문이 너무 신실해서 먹먹하다. “부하가 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습니까” 외눈박이 밤을 보며, 신을 향해 질문하는 사람 같다. 부하란 당신에게 복종하는 자, 당신을 수호하기 위해 온몸을 기울이는 자다. 사랑에 신실한 자,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 자는 “감을 수 없어 잠들지 않는 마음”을 지닌 존재다. 화자는 사랑에 실패했지만 지쳤다고 말하는 대신 매 순간 전력으로 달리지 못해 부끄럽다고 고백한다. 누구의 부하도 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다. 밤의 눈이 한사코 지켜보고 있다면.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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