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보다 소중한 나[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08〉

2 days ago 2

“가족을 사랑하지만 이젠 내 길을 가고 싶어요.”

―앤트완 퓨콰 ‘마이클’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진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만남! 영화 ‘마이클’에 대한 기대감은 이 짧은 홍보 문구 안에 사실 다 들어 있다. ‘싱얼롱 상영회’ 같은 이색적인 광경을 만들기도 했던 ‘보헤미안 랩소디’ 신드롬을 떠올려 보면 동일한 제작진이 만든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기영화로서 이 작품은 그다지 대단하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음악영화로는 괜찮은 작품이다. 사실 마이클 잭슨이 잭슨 파이브 시절에 부른 ‘아윌 비 데어(I’ll be there)’나 전설적인 앨범인 ‘스릴러’에 담긴 ‘빌리 진(Billie Jean)’ ‘비트 잇(Beat it)’ 같은 곡을 듣고 자란 세대라면 그 노래와 퍼포먼스를 다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이 작품에도 그 나름의 서사와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버지 조셉의 주도로 어린 나이에 시작된 잭슨 파이브 활동으로 일찍이 스타덤에 오르지만,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울타리에 갇힌 마이클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힘겨워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애쓰던 마이클은 그 고민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이젠 내 길을 가고 싶어요.” 서구의 영웅 서사들이 대부분 아버지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담고 있듯이 ‘마이클’도 그 익숙한 서사를 가져왔다.

가족만큼이나, 아니 가족보다 나의 삶이 소중하다는 건 한국인들에게도 최근 생겨난 변화가 아닐까 싶다. 오랜 가족주의의 틀 안에서 살아와 그 관성이 여전하지만, 그래도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삶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이는 개인의 삶이 우선일 뿐 가족을 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마이클이 ‘가족을 사랑하지만’이란 단서를 붙이고 있듯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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