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의대·미대까지 다 모인 서울대 '연구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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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의대·미대까지 다 모인 서울대 '연구 용광로'

공대, 자연대, 의대, 약대, 농대, 미대, 생활과학대…

각 전공의 석학 60여 명이 모인 연구소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가동 중이다. ‘연구의 용광로’를 표방하는 다학제적 융합 연구의 최전선 서울대 소프트파운드리연구소다. 소파연은 혼자만의 분야에 매몰되기보다 연구실 칸막이를 걷어내고 미래형 하이브리드 연구에 뜻을 둔 연구자들이 모인 집단이다. 김성재 서울대 소프트파운드리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5일 “다른 분야의 연구를 보면서 자기 분야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게 소파연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다양한 소속과 배경을 가진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연구의 유연함과 확장성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소파연은 2022년 4월 12일 개소했다. 서울대 공대 산하 연구소 중 가장 최근에 설립됐다. 연구소 이름인 ‘소프트파운드리’의 개념을 묻자 김 소장은 “‘소프트’는 바이오 물질, 유기 소자 등 촉촉하고 습윤성을 지닌 모든 유연한 재료와 소자를 의미한다”며 “재료의 특성을 넘어 연구 방법론, 연구소 운영까지 유연하게 하겠다는 철학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영문 약칭인 ‘SOFT’는 ‘Seoul national university co-Operative Flexible Transformative’에서 가져왔다. 직역하면 ‘서울대 협력형 유연·전환 플랫폼’이다. 융합 연구에 뜻을 가진 학자들의 목표가 연구소 이름에 그대로 담긴 셈이다. 연구소는 ‘소프트파운드리’라는 이름을 한국 지식재산처와 미국 특허청(USPTO)에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해외에도 미국 스탠퍼드대 마이크로플루이딕스파운드리(미세유체 공정 플랫폼)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나노사이언스센터(원·분자 연구시설) 등 비슷한 개념의 연구소가 있다. 다만 스탠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가 마이크로유체·나노소재 등 특정 기술 플랫폼 중심의 실험 인프라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소파연은 기술을 넘어 사람과 전공을 연결해 문화, 바이오, 게임, 로봇까지 확장된 초학제적 연구 허브를 지향한다. 공동 연구실(shared laboratory), 공동 시설(shared facility), 기술 공유(shared technology) 등 ‘스리 셰어드’ 방침을 통해 전에 없던 연구를 추진한다.

소파연은 분야를 나누지 않고 여러 기술을 한데 섞는 ‘초융합 연구’에 힘을 실어왔다. 대표 사례가 휴대용 인공신장 기술이다. 도준상 소프트바이오시스템연구센터장(재료공학부 교수)은 “전기 흐름으로 액체를 미세하게 움직이는 기술인 전기유체역학과 의공학을 결합했다”며 “말기 신부전 환자가 병원 밖에서도 작고 가벼운 장치로 혈액을 깨끗하게 걸러낼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광학과 재료공학을 엮어 만든 카이랄 나노입자 기술도 주목받는다. 김 소장은 “카이랄 나노입자는 왼발·오른발처럼 생김이 다른 신발에 비유할 수 있는 초미세 입자”라며 “특정 방향의 빛(편광)에만 반응하는 특성을 갖춰 원하는 빛만 골라내는 정밀 제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차세대 광학 센서와 보안 시스템의 ‘맞춤형 열쇠’로 평가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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