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몸안에 봉분 하나 들게 내버려두었네
봉분을 두고 나니 눈 밖으로 나올 불같은 화도
다 안으로 들어갔네
봉분을 두고 나니 입으로 나올 진탕 같은 말도
다 안으로 들어갔네
봉분이 부풀어오르는 꿈을 꾼 봄밤이 있네
깨어나 목을 축였네
(중략)
서녘은 내 몸안에 있는가
내 마음 안에 있는가
봉분처럼 부풀어오르며 새들은 골똘히 생각했네
물은 달았네
아, 전생의 식구를 다시 본 듯 아렸네
얼마 뒤 허수경 시인이 떠나고 8년 만에 나온 유고시집을 읽다 놀랐다. 오래전 타국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그이의 마음이 내 마음과 이토록 알맞게 포개질 수 있다니! “전생의 식구를 다시 본 듯” 아리다는 그 마음이 우주를 빙빙 돌다 막 내 앞에 도착한 것 같았다. 십 년 넘게 가지 못한 채 그리워하기만 했을 아버지의 무덤, 고아처럼 변방을 서성이던 그이는 기어코 “몸 안에 봉분을 하나 들게 내버려두었”다. 몸 안에 무덤이 하나 돋기까지의 마음이란 어떠했을 것인가. 그리움을 키우다 스스로 무덤이 된 사람. 두 손을 모으고 삼가 절을 올리고 싶다. 부디 평안하시라.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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