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노동당의 대표 선거에 출마한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의 일성이다. 그는 16일 지지자 대상 연설에서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재앙적 실수(catastrophic mistake)’라고 평가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가장 약한 국가가 된 만큼 노동당이 차기 총선에서 EU 재가입을 공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꼭 10년 전인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가결했다. 4650만 명이 참여해 51.9%가 찬성, 48.1%가 반대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부결이 우세했지만 대영제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보수 노년층, 전 인구의 약 84%를 차지하는 잉글랜드 유권자가 대거 찬성했다. 이들은 섬나라인 영국이 독일, 프랑스가 주도하는 EU에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빛나는 고립(splendid isolation)’을 외쳤다.
10년이 흐른 영국의 현주소는 어떨까. 당시 영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전 세계 5위 국가였지만 이제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에 밀려 6위로 처졌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는 브렉시트로 영국의 실질 GDP가 최대 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EU라는 거대 시장을 잃었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던 동유럽 이민자의 유입도 끊겼다. 보건, 물류, 농업, 요식업 등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 여파로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비(非)EU 국가의 노동력을 급히 수혈해야 했다. 브렉시트의 주요 목표가 반(反)이민이었는데 외양과 종교가 다른 이민자가 되레 늘었다. 이 와중에 발발한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은 고물가를 고착화시켰다.
세계의 금융 중심지라는 수도 런던의 위상도 퇴색했다. 유로화 표시 금융 거래의 상당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등으로 넘어갔다.
정치 사회적 혼란도 심각하다. 브렉시트 가결 후에도 탈퇴 방식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아 최종 탈퇴는 2020년 1월에야 이뤄졌다. 그 여파로 걸핏하면 총리가 바뀌었다. 브렉시트를 투표에 부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를 필두로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낵 전 총리 등 보수당에서만 5명의 총리가 거쳐 갔다. 2024년 7월부터 집권 중인 키어 스타머 총리 또한 7일 지방선거 대패, 경제난 등으로 조만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 총리를 뽑으면 최근 10년간 7번째 총리가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영국 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은 3028일이었지만 2020년대에 448일로 급감했다. 특히 트러스 전 총리는 불과 44일 집권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원활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EU 복귀도 어렵다. 여론조사회사 유고브가 지난달 16, 17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EU 복귀를 원한다”고 답했다. 반대(33%)를 앞섰다. 하지만 브렉시트 과정에서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있었고 재가입 시도 때는 더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스트리팅 전 장관 같은 몇몇 정치인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EU의 반응도 떨떠름하다. 멋대로 나갈 때는 언제고 상황이 불리해지니 태도를 바꾸냐는 분위기다.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정당 최초로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국민연합(RN)은 영국의 재가입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U 가입은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필요로 한다.
영국 사회는 10년간 브렉시트의 후폭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말 그대로 브렉시트는 실패라고 할 수 있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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