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AI 공포는 '공존의 설계' 부족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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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한 '여유'가 고용 축소 논리로"…'러다이트' 소환

업무 개편·성과 분배 등 사회적 대화 통해 합의 도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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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러닝머신(일러스트)

제작 박이란/ 아이클릭아트 그래픽 사용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오순도순 모여 일하던 방직공장에 방직기가 등장하자,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 직조공들이 방직기를 부수는 선택을 했다.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겨 고통받을 바에야 기계를 없애는 편이 낫다'는 절박함에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벌어진 '러다이트 운동'이다.

본격적인 AI(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서며 일자리 잠식 우려가 현실적인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두 세기 전 러다이트 운동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획기적인 기술 혁신인 AI가 진정한 문명의 이기가 될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초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도입에 "합의 없이는 단 1대도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양산 단계로 가기 전 노사 갈등의 파고를 먼저 넘어야 할 판이다.

기업은 생산성이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이익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신기술을 외면하기 힘들다. 현대차는 아틀라스 도입 시 2~3년 안에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로봇이라서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아틀라스·LG전자 클로이드, CES 2026서 공개

현대차그룹 아틀라스·LG전자 클로이드, CES 2026서 공개

[연합뉴스DB]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AI나 산업용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산업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도 사업자들이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증원 반대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에 대해 반발이 일고 있다. 산업의 특성이 다르지만 AI가 만들어내는 '여유'가 고용 축소 논리로 쓰인다는 점에서 같은 구조다.

하지만 AI는 점점 보조 수단을 넘어 필수 인프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법률 서비스업계에서도 법률 자동 문답 서비스나 송무관련 서류 작성은 물론 기본적인 법리 검토에도 AI를 활용한다. 게임, 웹툰, 광고 등 콘텐츠 창작 분야에서는 AI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 AI 전략방향'을 통해 '국가AX(인공지능 전환) 전면화'를 내걸었다.

산업혁명 시기 러다이트 운동에도 불구하고 기계 도입은 확산했다. 그렇다고 시대착오적 신기술 반대운동으로 치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AI 논쟁 역시 도입 자체보다 인간 중심의 기술 설계와 업무 체계 개편, 공정한 과실 분배 등이 핵심이다. AI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대접을 받을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미지 확대 대화하는 김영훈 장관과 박수근·김지형 위원장

대화하는 김영훈 장관과 박수근·김지형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부터)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정책간담회 사후 브리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6.1.13 uwg806@yna.co.kr

이런 점에서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최근 "AI의 노동 현장 진입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라며 "노동자 배제가 아닌 공존을 위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한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지난해 말 AI 시대 노동시장 대응 전략 의제화를 예고한 바 있다.

AI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반대를 위한 반대'나 '일방적 강행'으로 치달으면 사회적 비용만 키울 뿐이다. 글로벌 경쟁력도 뒤처질 수 있다. 줄다리기보다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 AI 공포는 '공존의 설계'가 부족할 때 커질 수밖에 없다.

h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02일 08시0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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