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바이오가 '제2의 반도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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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바이오가 '제2의 반도체' 되려면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생물보안법(BIOSECURE)을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끼워넣어 발효시켰다. 글로벌 빅파마는 중국 위탁생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재편에 나섰고, 약 300억달러 규모의 물량이 한국 송도로 재배치되고 있다. 몇십 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의 장이다. 신약 개발 및 생산, 유통 등에 필요한 가치사슬을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

첫째는 여러 신약 개발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뉴 모달리티 플랫폼’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조원이 들지만 임상 실패율은 90%에 이른다. 반면 한 번 검증된 플랫폼은 수십 개의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산출한다. 알테오젠은 자체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하나로 7개 다국적사와 누적 약 10조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다만, 소수 선도기업의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바이오텍 등 기술력을 갖춘 일부 플랫폼 기업은 자본력 부족 등으로 후속 개발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는 비임상·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다. 발굴한 후보물질은 임상시험이라는 검증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국내 CRO 시장은 아이큐비아(IQVIA), 파렉셀(Parexel) 등 글로벌 빅5 기업이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서울이 세계 1위 임상시험 도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지만 정작 그 부가가치는 외국계 기업에 흘러가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임상 단계에서 자국 CRO 역량 부족으로 해외 위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례도 허다하다.

셋째는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월, 5공장 가동으로 단일 기업 세계 최대인 총 78만4000L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종근당까지 가세하면서 반도체 이후 한국이 세계 1위에 오를만한 두 번째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위탁개발생산(CDMO)에만 머물러서는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분명하다. 산업계 흐름은 이미 CDMO를 넘어, 연구개발(R) 기능까지 통합한 CRDMO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CDMO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역시 초기 공정·세포주 개발과 임상 시료 분석, 분석법 검증까지 통합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단일 후보물질 지원과 분리된 ‘플랫폼 전용 R&D 트랙’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을 신설·강화하고, CRO·CRDMO 사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 송도·오송 등에서 이뤄지는 CRDMO 설비 투자에는 반도체 산업에 버금가는 세제혜택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보건의료 R&D 예산을 확대해 플랫폼·CRO·CRDMO 통합 지원 체계를 갖추지 않는 한, 이들 3대 가치사슬을 동시에 육성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BIOSECURE가 만든 기회의 골든타임은 길어야 3∼4년이다. 정부 결단이 늦어질수록 K바이오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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