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문화 학생, 사회적 약자 아닌 미래 글로벌 인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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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문화 학생, 사회적 약자 아닌 미래 글로벌 인재로

매 학기 한국외대 다문화교육원에는 새 입학생이 들어온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초·중학생이지만 어머니나 아버지는 외국인이다. 한국 학교에서는 ‘다문화 학생’이라 불리고, 정부 문서에는 ‘이주배경 청소년’이라고 표기된다. 종종 사회적 배려 대상으로 정의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국내 다문화 가정 자녀는 이미 약 32만 명에 이른다. 전국 초·중·고 학생 100명 중 4~5명이 이주배경 청소년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생아의 두 자릿수 비율을 차지하기도 한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에서, 이들은 통계상 ‘소수’가 아니라 이미 미래 주류 세대다.

문제는 이들을 보는 시선이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 적응해야 할 대상’으로만 본다. 한국어 보충, 학습 격차 해소, 교우관계 적응은 모두 필요한 지원이다. 그러나 이 프레임에 갇히면 정작 이들의 자산을 보지 못한다. 바로 두 개의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갖고 자란다는 사실이다.

한 졸업생이 떠오른다. 7세에 베트남 호치민에서 한국으로 온 이 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수업을 거의 따라가지 못했다고 했다. 친구도 사귀기 어려웠고, 방과 후에는 매일 다문화가족센터에 들러 한국어를 따로 공부했다. 그러던 이 학생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프로그램의 베트남어 정규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그전까지는 한국어 교육만 받았지, 베트남어 능력을 더욱 키워주려는 시도는 없었다.

그러다 일주일에 두 번, 2년 동안 자신의 어머니 나라 말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학생의 진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국어고등학교 베트남어과에 진학했고, 2019년에는 제7회 전국이중언어말하기대회에서 베트남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4학년으로서, 경영학 부전공을 선택해 졸업논문용으로 베트남 증시를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 가족의 자녀가 지닌 언어·문화적 잠재력은 저절로 자라나는 게 아니라 적절한 교육 기회를 통해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적응시킬 것인가”에서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두 언어와 문화는 그 자체로 글로벌 시대의 자산이다. 베트남·중국·태국·러시아·몽골·인도네시아 등 한국 기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주요 시장의 언어를 가장 잘 구사할 수 있는 청년이 한국 사회 안에서 자라고 있다. 이들을 ‘적응 대상’이 아니라 ‘미래 인재’로 정의한다면 한국의 인구·산업 전략과 청사진은 더욱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한 기관이나 교육 프로그램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의지, 교육 기관의 전문성, 그리고 민간 기업의 장기적 투자가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LG가 2010년 교육부와 성평등가족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주요 대학과 손잡고 설립한 ‘사랑의 다문화 학교’가 모범 사례로 꼽힌다. 16년간 약 7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이들은 지금 교사·약사·연구원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다.

다문화 가족의 다음 세대는 이미 우리 옆에 있다. 이들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의 미래도 달라진다. 사회적 배려 대상이 아니라 미래 글로벌 인재로, 시선을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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