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구산업, 딥테크 시대 0순위 인프라

1 month ago 14

[기고] 연구산업, 딥테크 시대 0순위 인프라

연구산업은 혁신 활동의 전문화(division of innovative labor)의 산물이다. 미국의 엔비디아(NVIDA)가 인수한 반도체 설계 기업 AMR, 미국 신약 임상 기업 아이큐비아(IQVIA), 스위스의 검사·시험·인증 기업 SGS 등이 연구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연구산업은 이제 독립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산업은 연구실 아이디어를 재현 가능한 제품으로 전환하는 실질적 통로인 점에서 ‘시장형 인프라’로 부르기도 한다. 연구산업은 시험과 분석, 프로토타입 제작, 규제와 인증 대응, 파일럿 생산, 데이터 관리까지 연구 전 주기를 서비스한다. 장비 공유, 시제품 제작, 인증 컨설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연구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딥테크 경쟁력은 더 이상 원천 아이디어에만 있지 않다. 설계·시험·데이터·규격·인증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검증역량에 달려 있다. 점점 복잡해지는 규격과 심사, 증가하는 데이터, 제조를 고려한 설계와 공정 변동 관리 등은 전문화된 외부 역량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다. 연구산업은 바로 이 허들을 대신 넘어주는 허브다. 연구자와 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은 핵심기술에 집중하고, 연구산업은 검증과 인증, 파일럿 생산의 어려운 구간을 전담한다. 그 결과는 단순하다. 더 짧은 시간, 더 낮은 비용, 더 높은 성공 확률.

연구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세 가지에서 갈린다. 첫째는 연결이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과제 정의서를 통해 협력기관과 개념검증 절차·범위를 합의하고 요구 데이터 형식과 성공·중단 기준을 명확히 하면, 불필요한 탐색과 재시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정보 손실을 막고 의사결정을 빠르고 일관되게 만든다.

둘째는 품질이다. 연구산업의 품질은 단순히 납기와 합격률 같은 결과 지표에 머물지 않는다. 원시데이터 제공, 추적성, 보안·윤리 체계, 재시험 기준의 명료함처럼 과정의 투명성이 품질을 담보한다. 협력기관 간에 기간 분포, 재시험률, 데이터 형식 준수율을 사전 합의하고 공유하는 문화는 신뢰를 축적한다. 결국 품질은 투명한 절차와 데이터의 일관성, 책임 있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 이는 재작업을 크게 줄이고 비용을 더 낮춘다.

셋째는 검증 자료다. 시험 성적서, 공정 데이터, 분석 보고서, 변동 이력 등은 정리되고 묶일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검증 자료가 깔끔하게 묶이면 연구자, 창업기업, 투자자, 고객, 규제기관이 같은 사실을 보고 더 빨리 합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검증 자료는 시장 도약의 날개가 된다. 연구산업은 이 자료를 생산하고 보관과 유통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실험 설계와 해석, 규제 대응까지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연구산업은 ‘두 번째 팀’이 아니라 ‘첫 번째 인프라’다. 기술창업은 이 인프라 위에서 속도를 얻는다. 표준 문서로 시작하고, 공개 지표로 신뢰를 만들고, 검증 자료 묶음으로 시장을 설득한다. 여기에 과제정의서의 품질과 데이터의 추적성, 파일럿 생산의 재현성을 더하면 속도는 배가된다. 그때 연구산업은 ‘창업을 돕는 주변부’가 아니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중심축으로 선다. 딥테크의 승부는 원천 아이디어와 함께 검증의 속도와 품질에서 갈린다. 그 속도와 품질을 책임지는 것이 바로 연구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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