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21m 퍼트…애런 라이, 생애 첫 메이저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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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트로피 들어올린 라이 > 애런 라이(잉글랜드)가 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아로니밍크GC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내 가우리카 비슈노이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아내와 트로피 들어올린 라이 > 애런 라이(잉글랜드)가 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아로니밍크GC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내 가우리카 비슈노이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지막 승부처인 17번홀(파3). 2타 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애런 라이(31·잉글랜드)의 퍼터를 떠난 공이 무려 21m의 그린 능선을 유려하게 타고 흐르더니 기적처럼 홀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쏟아지는 함성 속에서도 자신조차 믿기 힘들다는 듯 옅은 미소를 머금었고, 대혼전의 끝을 알리는 한 방으로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라이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아로니밍크GC(파70)에서 열린 남자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3개를 묶어 5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라이는 욘 람(스페인)과 앨릭스 스몰리(미국)를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369만달러(약 55억5000만원).

2024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첫 승을 거뒀던 라이는 자신의 투어 통산 2승을 메이저 대회 우승컵인 ‘워너메이커 트로피’로 장식했다. 잉글랜드 국적 선수가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1916년과 1919년 정상을 밟은 짐 반스 이후 무려 107년 만이다.

선두에 2타 뒤진 채 출발한 라이의 뒷심이 눈부셨다. 9번홀(파5)에서 12m짜리 장거리 이글 퍼트를 떨구며 단숨에 리더보드 최상단으로 치고 나갔다. 이후에도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린 라이는 17번홀 버디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라이는 “퍼트를 넣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림자가 마지막 3m 지점에서 좋은 라인을 보여줘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카트 레이싱을 하며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 드라이버를 꿈꾼 그는 인도계인 어머니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윈덤 챔피언십 우승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양손에 검은색 장갑을 끼고, 시합 중에도 항상 아이언 헤드에 커버를 씌우는 독특한 습관으로 더 유명했다.

이 독특한 습관에는 남다른 사연이 담겨 있다. 양손 장갑은 8세 무렵 우연히 선물 받은 것을 착용하다가 손에 익은 결과다. 아이언 커버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아버지가 큰맘 먹고 사준 장비를 흠집 없이 아껴 쓰려던 마음에서 비롯됐다. 라이는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고 믿었다”며 “나이가 들어서도 굳이 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라이는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44위에서 15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PGA 챔피언십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경쟁하는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긴 여정이었다”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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