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미국 경제의 3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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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미국 경제의 3대 위기

미국 경제가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 기술 기업의 창조적 혁신, 인공지능(AI) 혁명 확산 등으로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이면에는 잠재적 불안 요인도 커지고 있다. 국가부채 급증, 불평등 심화, 정치 양극화가 3대 위기 징후다.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다. 부채 비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974년 23%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2011년 66%로 급증한 이후 지속 상승했다. 부채 비율은 2036년 120%를 돌파하고, 2056년에는 17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액도 올해 약 1조달러에 이르러 GDP의 3.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6년에는 이자 지출이 2조달러를 넘어서 총예산의 19%를 점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과 의료비 지출 확대가 꼽힌다. 부채 급증은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글로벌 기축 통화로서 달러 지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화·민주 양당이 부채 감축 필요성에 원론적으로 합의하고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엔 상당한 이견이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의무지출 삭감과 복지권 개혁을 강조하지만 민주당은 부자 증세, 방위비 조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다. 재정 포퓰리즘이 워싱턴 정치인이 가장 사랑하는 단어가 됐다.

불평등과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산층과 근로자 계층의 부는 줄어들고 상위 소득계층에 부의 집중이 이뤄졌다. 상위 20%가 소비 지출의 60%를 차지한다. 2024년 기준으로 상위 1%가 전체 가계 자산의 31%를, 상위 10%가 67%를 점유하고 있다. 2023년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상위 1%의 순자산 점유율은 34.8%로 독일(27.6%), 프랑스(27.2%), 영국(21.3%)보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산 가치의 격차도 마찬가지다. 중위 가계 소득 대비 중위 주택 가격 비율은 1950년 2.5 대 1에 불과했다. 1985년 3.1 대 1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0년 이후 급증해 5 대 1 수준에 도달했다. 기술 기업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무려 12.4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40년간 규제받지 않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세계화가 미국 사회의 분배 구조를 극적으로 악화시켰다.

정치 양극화도 도를 넘어섰다. 상대 당에 대한 분노로 이른바 ‘부정적 당파주의’(negative partisanship)가 워싱턴 정치의 뉴노멀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착근한 초당주의가 실종됐다. 통과 의례처럼 간주된 인사청문회가 치열한 당파 싸움의 주 무대가 됐다. 공화당 주와 민주당 주로 나뉜 지역 분열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미국이 사실상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지고 있다. 공화당의 우경화가 전후 협치를 사실상 종식시켰다. 공화당은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 옹호 정당으로 변질됐고 작은 정부를 넘어서 반정부 정당으로 극단화됐다. 민권과 소수 인종 보호,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는 민주당과의 정치적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거부 민주주의(vetocracy)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직자 임명 동의, 예산안,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양당 간 정쟁이 정상 수위를 넘어섰다. 국가채무와 예산액 증액을 둘러싼 양당 간 극한투쟁은 비토크라시에 풍요로운 활동 공간을 부여했다. 소수당이 필리버스터 등을 동원해 반대하면 입법이 마비되는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비토크라시가 정당의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연방대법원의 정치화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대법원이 합리적 판결로 국가 결속력을 강화하는 솔로몬의 기구가 아니라 당파 싸움에 뛰어드는 또 하나의 기관이 됐다. 이념적 정치적 분열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갤럽이 시행한 여론조사 등에서 대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전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과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화한 분열과 분노의 정치가 치유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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