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제단체가 안 보인다

1 week ago 10

[데스크 칼럼] 경제단체가 안 보인다

지난 한 달 기업인을 만나면 열에 아홉은 삼성전자 노동조합과 관련한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했다. 일부는 노조가 강경하게 나서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했고, 일부는 파업이 현실화했을 때 파장을 물었다. 유독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바로 “경제단체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다.

경제단체들은 삼성전자 노사 문제에 따른 우려가 커지는데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18일이 돼서야 경제 6단체 명의의 공동 성명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가 파업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낸 뒤였다. 경제단체들은 개별 기업 현안에 입장을 발표하는 게 조심스러웠다고 해명했지만, 이 같은 소극적 태도는 삼성전자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들은 올 들어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처리를 촉구할 때, 그리고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환영할 때 등 두 차례만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상법·노란봉투법에도 침묵

경제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법안을 처리할 때도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여당이 집단소송법 대상을 확대하고 소급 적용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며칠 뒤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용히 국회에 기업의 소송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서를 전달한 게 전부였다. 2020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논의됐을 때는 공개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개정 상법과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사업자의 교섭 의무를 확대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도 조용했다.

경제단체의 침묵은 지난 2월 이른바 ‘대한상의 사태’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대해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질타했고, 산업통상부는 대한상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사과하면서 쇄신을 약속했다. 보도자료는 양보다 질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다른 경제단체도 슬그머니 대한상의처럼 보도자료 수를 줄였다. 올 1분기 경제단체의 보도자료는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행사·미담 보도자료만 이어져

경제단체가 내놓는 보도자료의 질은 높아졌을까. 대한상의는 3~5월 18건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가운데 대한상의가 기업 목소리를 반영해 의견을 개진한 자료는 한 건이다. 입장문이 하나 더 있는데,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내용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상의가 주최한 포럼과 행사, 캠페인에 관한 홍보성 보도자료다. 한경협은 이 기간 44건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중 33건이 포럼 개최, 협회 일정 소개, 협회 선행에 대한 홍보 등이었다. 정책 관련 의견을 제시한 건 규제 개선과 인공지능(AI),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주제로 한 네 건이 전부였다.

기업인들은 점점 경제단체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기업이 느끼는 경제단체의 중요성도 낮아질 것이다. 상공회의소법은 상의 설립 목적에 대해 “상공업계의 권익을 대변하고, 상공업의 발전을 꾀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한경협은 설립 목적을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설립 목적에 충실할까. 기업인들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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