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주국방의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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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자주국방의 필요조건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핵이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단 한 발이 미국의 모든 방어망을 무력화한다는 극단적 상상에서 출발한다. 이런 상상과 별개로 영화 속 설정만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했다. 시카고가 핵으로 초토화되기 직전 미국 대통령은 적성국 도시 여러 곳에 핵을 동시다발로 투하할 준비를 한다. 전략핵잠수함(SSBN)과 스텔스 폭격기, ICBM 미니트맨 등이 일제히 발진한다. 미국 전략사령부(STRATCOM)의 핵 전쟁 매뉴얼 ‘작전계획 8044’에 따라서다.

총알로 총알 맞히기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자주국방을 준비하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은 우주 공간 속 정점을 지나면 마하 20 이상 속도로 돌진해 막기가 대단히 어렵다. 국가별로 ‘고도별’ 방어체계가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미국 사드(THAAD)가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다. 중동 각국에 수출된 우리 천궁-2는 저(低)고도 방어체계다.

이런 방어체계는 함정도 똑같이 갖춰야 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2일 국산 이지스함에 탑재하는 저고도 함대공유도탄 SM-6를 미국에서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함대공유도탄 SM-3를 미국에서 7530억원에 사들여 전력화하겠다고 했다. SM-3는 사드보다 더 높은 우주 경계인 외기권까지 도달해 적의 미사일을 요격한다.

미사일 방어체계(MD)는 좌표와 가속도, 각속도 등 무수한 물리학적 빅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얼마나 정확하게 빨리 분석하는지에 달렸다. 각속도를 적분하면 미사일 진행 방향이 나온다. 여러 미사일이 날아올 땐 양자컴퓨터로 ‘조합 최적화’를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리게티컴퓨팅, 인플렉션 등 양자컴퓨터 기업 9곳에 연방정부 자금 2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한 배경이다.

미사일 소나기를 막으려면

북한이 서울 등 수도권에 미사일 ‘섞어 쏘기’를 하면 어떻게 될까. 장사정포와 근거리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동시다발로 쏜다면 말이다. SLBM이 무서운 이유는 발사 원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원점을 특정하지 못하면 요격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진다. 장기간 잠항하는 핵추진잠수함(SSN)을 한국이 도입하려는 이유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서도 발사 원점을 추정하는 조기경보 위성이 고장 난 게 ‘시카고 종말’에 가장 치명적이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고 있는 극초음속미사일 등까지 더해진다면 방어 조합의 가짓수는 더 복잡해진다. 이런 새로운 위협을 스페이스X 등의 위성군으로 감지해 정점 도달 전 요격하겠다는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골든 돔’이다.

자주국방은 가야 할 길이다. 미국에서 전시작전권을 임기 내 환수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COTP)’란 대원칙을 충족하는지다. 아직 우리는 북한 장사정포 대응체계도 마련하지 못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의 전작권 환수 방침에 “나를 잠 못 들게 한다”고 우려했다. 한반도 전쟁 양상을 잘 아는 그가 내비친 우려를 평가절하해선 곤란하다. 전작권 환수에 앞서 인공지능(AI), 우주·드론·사이버 전쟁이라는 현대전 양상이 ‘조건’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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