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이병철·이건희가 본 유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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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원로에게 들은 얘기다. 1970년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화가 유영국을 찾았다고 한다. 국보급 고미술만 주로 모았던 이 회장이 추상화가 유영국을 찾은 것은 최순우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전통 문창살의 선과 면, 가을 산의 색감 같은 한국적 미학의 정수가 유영국 그림 안에 있다고 했다. 그때 유영국이 이 회장에게 그림 값으로 서울 기와집 한 채 값을 불렀다. 이 회장이 “한국 사람 그림이 왜 이리 비싸냐”고 묻자 그는 “한국 사람이 한국 그림을 대접해 주지 않으면 누가 귀하게 여기겠느냐”고 했다. 이 회장은 유영국의 1호 컬렉터가 됐다.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서울 자택 거실에 유영국의 ‘산’(1968년 작)을 꽤 오랜 기간 걸어두었다고 한다. 문짝 크기만 한 100호짜리 대작이었다. 수천 점 명화를 보유한 이 회장이 휴식을 취하는 집에 선택한 그림은 ‘유영국’이었다. 평소 “디자인이 국가 경쟁력”이라 강조했던 이 회장은 유영국 특유의 파격적인 비례와 보색 대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부자(父子)가 모두 유영국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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