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美 AI 신약 기업에 4조원 투자…희귀병 '틈새시장' 공략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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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1 14:53 수정2025.11.21 14:53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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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약사 머크가 미국 바이오기업 ‘발로헬스’의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도입하는 4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머크는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비만약과 항암제 등 거대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빅파마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희귀질환에 집중해 고성장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머크, 발로의 AI 플랫폼 기술 인수

독일 담슈타트에 위치한 머크 본사 전경./ 한경DB

독일 담슈타트에 위치한 머크 본사 전경./ 한경DB

20일(현지시간) 머크는 미국 AI 신약 개발 전문 기업 발로와 AI 신약 개발 플랫폼 ‘오팔 컴퓨테이셔널 플랫폼’을 인수하고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 물질에 대한 전략적 공동 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최대 30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마일스톤과 별개로 로열티와 연구개발(R&D) 자금 지원도 추가될 전망이다.

2019년 설립된 발로는 AI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특화한 기업이다. 이번에 머크에 라이선스아웃(LO)한 오팔 컴퓨테이셔널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발굴하는 데 집중한다. 특화된 기업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발로의 AI 플랫폼이 발견한 물질에 대해 공동 개발을 진행하며, 향후 상업화에 이르는 과정은 머크가 주도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파킨슨병을 중심으로 한 중추신경계(CNS) 질환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있다. 빅파마가 바이오테크 기업의 혁신 기술 플랫폼을 확보해 특정 질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활용하고, 더 나아가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지난 12일 일라이릴리와 에이비엘바이오 간 계약과 비슷한 형태다. 특히 머크는 이번 계약을 통해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도 오팔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권한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NS 질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머크와, 머크와의 협력을 통해 초기 신약 발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플랫폼의 상업적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발로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AI 도입해 파이프라인 확대 가속화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 현장에 마련된 머크 부스./ 송영찬 기자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 현장에 마련된 머크 부스./ 송영찬 기자

머크는 발로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희귀 및 난치 질환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머크는 최근 2년간 희귀·난치 질환 포트폴리오를 집중적으로 강화해왔다. 빅파마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레드오션’이 된 항암제나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 아닌, 환자 수가 적고 혁신적 치료제가 부족한 영역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머크는 지난 4월에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기업 ‘스프링웍스’를 35억달러(약 5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머크는 당시 인수를 통해 데스모이드종양과 신경섬유종증1형(NF1)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강했다. 다만 머크가 스프링웍스 인수 당시엔 희귀 종양 분야에서 즉각적인 상업화 역량을 확보한 것과 달리 이번엔 AI 플랫폼 기술 인수라는 방식을 택했다. 보다 장기적인 희귀·난치 질환을 직접 발굴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머크의 이 같은 행보를 대형 적응증 의존도를 낮추고 희귀질환 상업자산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AI 기술을 도입해 신약 발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한편, 희귀·난치 질환 시장을 장악해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현재 머크의 전략은 거대 시장에서의 자사 파이를 키우려는 다른 빅파마와의 전략과는 상반된다”며 “희귀·난치 질환 중심의 고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R&D 전략을 재편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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