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콘텐츠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작자의 열정과 제작진의 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투자와 재원이 필요하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강한 생태계에서 나온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의 지형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온라인 광고시장은 약 3조4000억 원에서 10조1000억 원 수준으로 세 배가량 성장했다. 반면 방송광고 매출은 1조9000억 원 수준에서 8000억 원 수준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광고 수익 감소는 단순히 개별 방송사의 경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 투자 여력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콘텐츠 경쟁력 약화와 시청자 선택권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 글로벌 OTT 사업자들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콘텐츠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국내 방송산업의 투자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방송이 절대적 영향력을 갖던 시기에 설계된 규제가 플랫폼 경쟁 시대에도 유지되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민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EU) 역시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방송광고 규제를 개편했다. 방송사에는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시청자 보호 장치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게 규제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일총량제 및 중간광고 확대, 가상광고 허용 확대 및 간접·자막광고 크기 제한 완화 등 광고 규제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변화한 경쟁 환경에 맞추어 제도의 균형을 회복하고 콘텐츠 투자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방송사의 자율과 창의를 넓혀주는 만큼 더 많은 투자와 더 좋은 콘텐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
좋은 정책은 어느 한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산업 활성화와 시청자 보호 역시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이용자의 75.3%가 일상생활 필수매체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고, OTT 이용률은 79.2%에 육박한다. 시청자는 방송과 OTT, 디지털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콘텐츠를 소비한다. 정책 역시 이러한 이용자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중요한 것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변화할 것인가이다. 미디어가 일상의 필수재가 된 미디어 기본사회의 시대를 맞아 국민이 더 좋은 콘텐츠를 더 다양하게 선택하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미디어 주권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이번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시작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숙의와 균형의 원칙 아래 미디어 산업의 혁신과 국민의 미디어 주권이 함께 실현되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디어 생태계의 구성원들도 함께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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