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高유가 위기…과도한 정부지출 위험성 경고한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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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07 17:25 수정2026.04.07 17:25 지면A31

유럽연합(EU)이 고유가 대응을 위한 과도한 재정 지출의 위험성을 회원국에 경고하고 나섰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다.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이 잇달아 유류세 인하와 에너지 보조금 지급, 가격상한제 시행에 나서자 에너지값 급등을 일시적으로 상쇄하기 위한 지원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재정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과도한 지출은 새로운 재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적인 에너지 충격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비판도 내놨다.

유럽 각국이 재정을 동원한 고유가 대응에 나선 것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석유와 가스 가격이 60% 가까이 폭등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과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남긴 후유증을 고려하면 고유가 대응의 지원 기간과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게 EU 집행위 판단이다. 지금처럼 국가 간 지출 경쟁이 가속하면 EU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세 번째 부채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U의 우려를 남의 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많은 재정이 들어가는 유류세 인하와 에너지 보조금 지급, 석유 최고가격제는 우리도 시행하고 있다. 전쟁 대응을 위한 26조2000억원 규모 추경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EU 집행위가 회원국에 던진 ‘지원 기간과 범위가 한시적이고 제한적인지’ ‘장기적 에너지 충격에 대비하는 정책인지’ ‘국가부채 급증 우려는 없는지’ 등의 문제 제기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질문이다.

서민 부담을 낮추려는 취지에서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만 해도 석유 소비를 부추기고 재정 부담만 늘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판매량은 지난 3월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후 2주 만에 각각 24.7%와 16.3% 늘었다. 정부가 더 확대한 유류세 인하율도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초과 수요를 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EU보다는 형편이 낫다고는 하지만, 국가채무가 지난해 처음으로 1300조원을 넘어선 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대 진입을 앞두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 없다. EU의 경고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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