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자·약자 구도론 서비스업 못 키운다"는 다산상 수상자의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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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17 17:24 수정2025.10.17 17:24 지면A27

한국의 서비스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사업자를 강자와 약자로 구분하고, 강자를 가해자로 몰아 규제를 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다산경제학상을 받은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제 인터뷰에서 “서비스업과 제조업은 성장 방정식이 다르다. 새로운 기업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마련돼야 서비스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했는데 엉뚱하게 온라인 플랫폼이 확산한 사례를 들며, 이분법적 규제는 효용도 크지 않고 사업자의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다산경제학상은 한국경제신문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국내 최고 권위의 경제학상이다.

한국의 서비스업 생산성은 20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생산성은 51.1 수준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운수창고업 등의 비중이 높은 영향이다. 사회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서비스산업을 공공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대형마트 일요 의무 휴무제 같은 규제를 으레 그런 것으로 여긴다. 반면 영세 사업자 보호는 지나칠 정도다. ‘상생’이란 구호 아래 정부 지원금과 소비쿠폰이 수시로 살포된다.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해 한계에 부딪힌 기존 사업자를 대체하는 시장 경제의 성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서비스업을 이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65%가 종사하고 있을 만큼 일자리 의존도가 높다. 서비스업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저성장 기조 고착화를 막는 열쇠도 서비스업에 있다. 제조업에 비해 발달이 더뎠던 만큼 성장 잠재력이 상당하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과 융합한 최근의 서비스업은 여러 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업자를 보호 혹은 규제 대상으로 여기는 환경에서는 서비스업 혁신이 요원하다는 경제학자의 고언을 정부와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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