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환율은 성공 비용”… 서민들이 더 비싼 값 치르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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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 1터미널의 한 환전소에서 1달러가 1500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5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 1터미널의 한 환전소에서 1달러가 1500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보던 숫자인 만큼 많은 한국인은 1500원대 환율에서 ‘경제 위기’부터 떠올린다. 다만 초유의 경상수지 흑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고환율은 예전과 원인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고환율과 관련해 ‘경제 도약 과정에서 나타난 성공의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7.2원으로 마감했다. 환율 상승 요인도 대기하고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신임 의장은 급격한 국채금리와 물가의 상승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고유가,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인 미국-이란 전쟁의 종식 가능성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김용범 실장은 24일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번 고환율은 한국 증시가 급등하자 외국인이 일부 주식을 팔아 평가차익을 회수했기 때문이며, 과거 위기 때 외화 부족과 원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의 고환율은 실제로 과거와 구조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1분기 한국의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사상 초유의 흑자를 냈다. 성장률도 주요 20개국(G20) 중 최고다. 과거 같으면 달러가 유입돼 환율이 내리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들어온 달러가 대기업의 해외 설비투자,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의 해외 금융투자로 빠져나가면서 고환율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 간 관세협상으로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도 선제적으로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

문제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다. 고환율·고물가의 비용은 자산이 적고 소득도 늘어나지 않은 서민과 취약계층이 주로 치르게 된다. 환율 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은 서민의 식탁에, 트럭을 모는 중소상인에게 먼저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과는 체감 온도부터 다르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고환율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일부 부문에 쏠린 성장의 온기를 퍼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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