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중 목표치를 전체 자산의 20.8%로 올리기로 한 결정은 “고육지책이었다”는 상황 논리를 감안하더라도 우려스러운 지점이 많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실제 보유 비중 확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최근 폭등하면서 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비중이 커졌고, 주식을 팔기 어려운 여건에서 자산 배분 원칙을 뒤따라 맞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은 약 51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운용자산 1800조원의 28%에 달한다. 기존 자산 배분 체계에서 정한 보유 허용치(14.9%)의 약 두 배다. 한도에 따라 초과분을 처분한다면 170조원 규모 ‘매도 폭탄’이 시장이 나올 판이었다.
한도 상향과 함께 5%포인트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릴 수 있는 ‘허용 범위’를 추가로 확대한 것도 이 같은 복잡한 사정을 감안한 결정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허용 범위를 늘리지 않는다면 대규모 매도로 인한 시장 충격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조치로 국내 증시의 우려는 덜었으나 연금의 리스크는 더 커졌다. 무엇보다 기금 운용의 제1원칙인 위험 분산에 어긋난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연금이 자산의 5분의 1 이상을 국내 위험 자산에 넣는 것은 말 그대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주요 선진국 연기금이 추구하는 ‘홈바이어스(자국 편향) 축소’에도 배치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하락장으로 돌아서면 시장 충격을 크게 받게 된다. 향후 보험료 납입과 지출이 역전돼 연금 지급 수요가 커질 때를 대비한 출구전략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 증시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수탁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증시 여건에 맞춰 리밸런싱 규칙을 늦추고, 국내 비중이 높아지면 목표치를 올리는 방식으로는 연금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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