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에 대해 여러 말을 쏟아냈다. 현안으로 부상한 ‘금산분리 완화’ 이슈에 답하면서 “몇 개 회사의 민원일 뿐” “규제 탓만 하고 투자는 안 한다”며 기업들을 비난했다. “민원성 (금산분리)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어 상당히 불만”이라고도 했다.
“예상보다 발언 수위가 세 놀랐다”는 경제계 반응처럼 여러 측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 많다. 대통령이 AI 혁명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 검토해보자며 던진 화두를 주무부처가 대놓고 비토한 모양새다. 주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대통령이 몇몇 기업의 이해관계에 휘둘려서 금산분리 완화를 지시한 셈이다. 모처럼 만에 형성된 민관의 정책적 공감대를 일부 기업의 이기적 행태로 치부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의 발언 전반에서는 시대착오적 경제관이 묻어난다. 진보 정치인들이 경제 침체의 원인으로 “기업들이 돈을 쌓아 놓고 투자하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도 “규제 탓만 하고 투자는 안 한다”고 했다. “투자회사 만들 생각하지 말고 본업이나 충실히 하라”는 말에선 글로벌 경제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로레알이 메이크업 로봇을 제작하며 뷰티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을 정도로 ‘업의 본질’이 재규정되고 있는 세상이다.
오픈AI가 ‘5년 내 1조달러 투자’를 공표할 정도로 상상초월의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 중심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성장해 온 한국 기업에도 이제 본업의 한계를 넘어선 가치 창출을 위한 자본 혁명의 길을 열어줄 때다.
“삼성 등 모든 기업이 현재의 규제 체제 속에서 기술 성장을 거듭했다”며 공정위 규제를 정당화한 대목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온갖 불합리한 모래주머니를 차고도 불굴의 기업가정신으로 이뤄낸 성공을 ‘규제 덕분’으로 돌린 격이다. 공정위원장은 기업 탓만 할 게 아니라 한국에만 있는 대표적 갈라파고스 규제인 대기업 집단지정 제도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눈이 확확 돌아갈 정도로 급변하는 AI 시대의 공정위원장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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