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인상 예고에도 엔화 약세, 돈 풀기가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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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2.09 17:29 수정2025.12.09 17:29 지면A35

일본 엔화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반대로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도 그렇다. 미·일 금리 차이가 줄어드는 만큼 엔저에 제동이 걸려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엔대 안팎에서 요지부동이다. 무엇보다 아베노믹스 계승을 외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돈 풀기’가 엔저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그제 18조3034억엔(약 17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다. 일본의 3분기 성장률이 -2.3%(연율 환산 기준)를 기록한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안이 의회를 무사통과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의 공격적 돈 풀기가 지속되는 한 엔저가 바닥을 찍고 돌아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향후 일본 재정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조짐도 없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훌쩍 넘어섰는데도 매년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는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나 막상 긴축하려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일본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독일 핀란드 등 무분별하게 복지 지출을 늘린 나라들이 예외 없이 재정 위기에 신음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에도 악재다. 그동안 원화와 엔화가 뚜렷한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 어제는 727조9000억원의 내년도 슈퍼 예산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올해보다 8.1%나 늘어난 규모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지원 예산이 크게 늘긴 했지만, 돈을 푸는 기조는 뚜렷하다. 씀씀이가 헤프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은 개인이나 국가나 다르지 않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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